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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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혼이란, 말하자면 기억의 집합체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온갖 기억이 담긴 보이지 않는 물질을 '혼'이라고 부른다. 다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을 뿐, 우리 사신에게는 선명히 보인다. 그게 보이니까 사신을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으니까.( p.15)



죽은 이를 저승으로 안내한 후 그 대가로 영혼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 조각을 받는 사신이 있다. 그 혼의 조각으로 물감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사신 업무 이외의 그의 유일한 일과다.

사신이 마지막으로 지킨 사람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기억을 품고 있고 사신은 그 영혼의 조각으로 그린 그림을 그들이 마지막에 떠올린 사람에게 보낸다.



책 속에서 여러 사람들의 마지막이 그려지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의 느낌이 남아있게 되는 것 같다. 각자의 인생은 다 다르지만 그 안에 담겨진 모든 이의 삶이 가슴에 남아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만큼 사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낸 책이 있을까 싶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충격적이고 놀라운 장면들도 있고 또 재미있게 느껴지는 내용들도 담겨 있어서 여러 감정들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사신과의 신분차이로 사랑을 포기했다가 비참한 운명을 감내해야 했던 엘레 터너 이야기가 속도감있게 읽어내려갔던 부분이다. 사신의 과거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더욱 호기심있게 읽어볼 수 있었다. 또 자기 혐오로 굳어져 있어 죽음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토사카 킨야의 안타까운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자살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여고생 우스이 카에테의 이야기는 현실 속에서 왕따와 따돌림의 문제까지도 생각해보게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하나 하나 주목해 볼만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는데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그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그려내는 저자의 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중간중간 마주하게 되는 반전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고, 사람들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사신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단면들을 마주해 볼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읽을수록 사신에 대해 더 알게 되는 반전과 인연이란 무엇인지 진한 여운을 주기도 한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는 읽을수록 감성을 쥐고 흔드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단순히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보다 삶과 죽음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삶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좀 더 철학적인 질문도 해볼수 있지 않았나 싶다.

우리 영혼의 색채는 어떤 빛깔로 그려질까.

우리의 찬란했던 기억은 어떤 그림으로 남게 될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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