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
현요아 지음 / 핑크뮬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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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제주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는 제목부터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다.

 

다들 놀러가고 싶어 하고, 오래 머물고 싶고, 심지어 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섬 제주.

나조차도 올해 여행은 꼭 제주에 가야 된다고 벼르고 있는 중인데 그토록 환상적인 제주가 싫다고??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제주에 놀러 가는 것과 그 곳에 사는 것은 엄연히 다를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민의 '육지것들'에 담긴 의미, 제주에서의 괸당의 존재, 제주의 학창시절 등 생각지 못했던,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은 다소 놀랍기도 했다. 소문이 생기면 지역 전체에 퍼지기 쉬운 곳이라 작은 소문에도 조심해야하는 곳 제주. 그런 제주에서 외롭고 힘들어 했던, 그 아픔을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는 조금은 슬프고 아리게 다가오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는 제주사람에게 묻지 말아야 할 일곱가지 질문들 중 몇 개는 나도 정말 물어볼 수도 있는 것들이라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제주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것이라고는 없는 나이기에 사실 흥미롭기도 하다.

겉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운 자연과 관광지로서의 제주 이면에 또 다른 모습이 존재하는 것은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누구나 학창시절 즐거운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라는 곳의 특성상 저자가 느꼈을 상처나 고민들이 이해되고 왜 그토록 육지로 오고 싶어했는지 공감되는 부분이다.

 

지금은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저자의 모습에서, 상처입은 여린 새에서 하늘로 힘껏 날아 오르는 멋진 새가 되어가는 모습이 느껴진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그녀의 글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고민하고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격려와 힘이 될 것 같다.

때론 슬프기도, 마음 아프기도, 때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때론 위로해주고 싶고 내가 위로받기도 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아픈 청춘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어깨가 무거워 사는게 힘든 사람들, 솔직한 현실 에세이가 읽고 싶은 사람들 모두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저자의 특별한 무기 비밀 대장간 리스트는 나도 꼭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나를 지킬 무언가가 필요하니까 말이다^^

 

제주에 대해, 제주에서 살았던 경험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고 자세히 얘기하는 책이 또 있을까.

차근차근 하나하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용기 있는 저자의 글이 너무나 좋다.

감성에세이와는 다른 더 큰 공감과 흡입력이 있는 현실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

특별한 기대와 환상을 갖고 보기 보다는 그냥 사람 사는 곳 제주로 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p.76

슬픔에서 쉽게 빠져나오는 법은 아직 터득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하나 확실히 깨달았다. 절대로 불행 울타리를 두르지 말 것, 이 고통은 나만 이해할 감정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아무도 나를 도와 줄 수 없다. 설령 그게 나라고 해도 말이다.

 

p.80

관광객에게는 환상의 섬이지만 내게는 환멸의 섬, 제주. 사람들이 모여 일파만파 소문을 퍼뜨리고, 고등학교 교복으로 서열을 매기던 제주. 맨발로 몸을 감추던 제주의 풀숲.

공부하다가도 슬픔이 복받칠 때면 나는 그 길로 바닷가에 다다랐다. 그리고 종종 울었다. 모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기에 환멸의 섬이 하루아침에 환상의 섬으로 바뀌진 않을 테다. 그럼에도 그토록 벗어나고자 한 제주에서 6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느낀 점이 있다. 평생토록 바뀌지 않으리라 확언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p.171

사람이란 모두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직접 익히고 배워가는 존재인데, 나는 노력도 하지 않고 깔끔하게 완성된 조각품만 바랐다. 내로라하는 영화감독이나 피아니스트, 소설가도 처음부터 완성본을 갖지는 않겠지. 그렇게 나는 초라함이라는 두려움을 조금씩 껴안았다.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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