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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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회사 집 회사의 일상을 반복하며 살고 있는지라 (코로나 방역에 알맞은 인간형), 어디 특별히 가야할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지도가 필요하지 않다. 특별하게 어딘가를 가야할 일이 생기면 전날 미리 가는 경로를 찾아놓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쉬이 잃어버리곤 한다. 지도 앱에서 간혹 막다른 길로 날 인도하거나, 통과할 수 없는 길을 통과하라고 하거나, 왠만하면 지나고 싶지 않은 음침한 길을 통과하라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생각없이 마구 걷다가 목적지를 지나치거나, GPS를 켜지 않는 습관 때문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상에서 쉽게 찾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길 잃은 사피엔스가, 길을 찾는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나를 지징하는 것만 같았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한번도 궁금해보지 않은 길찾기와 인간의 뇌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 실려있다. 그리고 뿌듯하게도, 책을 읽고나니, GPS를 끄고 다니는 나의 습관이 딱히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아니 오히려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절대 고치지 말아야지. 물론 길에서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GPS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나름의 인지지도를 구성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모두 처음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결국 대부분 직선이면서 좁은 길을 걷게 된다. 인생은 우리의 날개를 잘라버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 책은 현대 기술과 길찾기 뿐만 아니라 남녀의 길찾기, 치매 등까지 무척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길치에 관한 책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때에는, 어떻게 길치로 책 한권이 나올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이 두께가 부족한 것 같았다. 책이 조금 더 두꺼웠으면, 과알못이 조금 더 알아듣게 그림같은 것들을 첨부해서 책을 구성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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