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자기만의 방 (양장) - 192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이름도 유명한 '자기만의 방'을, 나는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디아워스를 본 직후 꼭 읽어봐야지 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후 그대로 오랜 시간 방치되어버린 책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또, 때마침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의 양장본이 출간된 것이다. 책꽂이에 꽂아놓고싶게. 이렇게 표지에 마음이 동해서 그렇게 미뤄두었던 '자기만의 방'을 읽게 되었다.

'자기만의 방'은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문을 연 수필이라고 평가된다. 책의 정말 초반부에는 버지니아 울프가 설정한 가상의 대학교 옥스브리지에서 '메리'라는 여자가 잔디밭에서 쫓겨난다. 남성은 잔디밭을 걸을 수 있지만, 여자에게 허용된 길은 자갈길이라던가. 그 후에 대학 연구원과 함께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서관에 발도 들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또한 여자 대학교에서 개최되는 만찬에는 약간 볼품없는 음식들이 등장하지만, 남자 대학교에서는 훌륭한 성찬이 등장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것들이 당시 여성의 지위와 여성에 대한 대우를 묘사한 예시들이다. 그 예시를 읽다보면, 소설같기도 하고, 버지니아 울프 자신의 수필같기도 한 모호한 느낌이 든다.




왜 여성 중에는 훌륭한 작가나 극작가가 없었는가의 이야기를 하면서, 셰익스피어에게 그 못지않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누이 주디스가 있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그 부분에서 문득 우리나라의 훌륭한 남매인 허난설헌과 허균이 떠올랐다. 사회적인 한계에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27세라는 이른 나이에 절명한 허난설헌과 누이의 문언들을 대신 엮어준 동생 허균. 사실 허균이 없었다면, 우리는 허난설헌이라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여인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많은 재능을 갖춘 여성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러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더불어 얼마전에 읽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에서 등장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지 못했던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떠올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원작자라고 스스로 밝히지를 못했던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이런 이야기 이외에도, 제인 오스틴이나 에밀리아 브론테 같은 다양한 여성 작가의 작품을 고찰하고, 비평하고, 분석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읽기 쉽지 않은 편이라고 옮긴이는 말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고, 지루한 부분도 있어서 몰입해서 읽기가 약간 어려웠다. 그럼에도, 여성에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평등이나 여성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여성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나는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해서 한번 더 읽어볼 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