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기다리는 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홍명진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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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기다리는 일은 파도를 기다리는 일이기도 해. 고래는 언제나 파도를 부수며 달려오거든.”

10대의 불안과 결핍을 선명하게 부조해 낸 홍명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집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으로 우리 사회의 마이너들을 따듯하게 보듬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온 홍명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아이들을 모델로 하였기에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내밀한 속내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행동이나 반응이 느리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다 결국 자퇴를 선택한 지나(「쿠키 굽는 시간」), 절친으로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유주(「고래를 기다리는 일」), 철거촌 여관 달방에서 홀로 불안과 싸우는 열세 살 소녀(「폴카를 추다」), 연기를 배우고 싶어 극단에 들어갔지만 씁쓸한 현실만 목도하게 된 여고생(「연기 수업」), 장애인 엄마를 돌보며 힘겹게 일상을 꾸려가는 아진(「이미테이션 플라워」) 할머니와 살던 빈집에서 끔찍한 사고를 겪는 소년(「고장 난 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처지와 고민은 각기 다르지만 그 무게는 모두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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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청량하고 여름 느낌이 담뿍 나지만, 그 속의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도 않고 이해하기 쉽지도 않다. 독자에게 이애하기 쉽게 떠먹여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직접 이 이야기의 숨은 위로는 무엇이고 이 인물의 고민과 심정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을 알게 되는 순간, 이 사회는 조금 더 무겁고 버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나는 첫 번째 이야기인 '쿠키 굽는 시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빠르게만 흘러가는 각박한 세상에 느리게 흘러간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받게 되는 우리 사회의 느린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쿠키를 구우며 '느리다'는 자신의 단점(이라 생각했던 것)을 '꼼꼼하다'고 변화시킨 지나와 지나를 도와준 후드 티. 그 둘의 멀면서도 가까운 이야기가 지나의 쿠키 맛처럼, '편안한 맛'으로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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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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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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