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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야기 ㅣ 나비클럽 소설선
김형규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8월
평점 :
김형규-모든 것의 이야기
페친 작가님 페북을 보다 우연히 알게되어 서평단을 신청했는데 운 좋게 선정되어 증정받았다는 점은 밝히고 가야 할 것 같다. 나는 리뷰를 작성하는 책은 내돈내산이든 도서관 대여든 가리지 않지만 느낌을 쓰는데 불필요한 오해는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사실 서평단 신청은 많지만 뭔가 딱 꽂히는 책이 아니라면 태반은 신청하지 않는데 이 책은 작가께서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표현이 인상깊었다.
책의 판형은 작아서(13*17정도) 손바닥에 쓱 들어오고 폰트는 살짝 레트로 느낌이 짙은 타자기스런 명조체다.
이 책에 실린 5편의 단편을 읽으면 6~70년대 어두운 시대상을 배경으로 곰팡내와 최루가스의 안개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폭력 넘치는 시위진압대의 모습(광주 민주화 항쟁 소재 영화 풍의)이 그려지고, 흑백영화스타일의 영화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데 SF 장르도 있긴 하지만 묘하게 레트로 느낌이 난다.
이 작품은 영화처럼 스치는 장면이 훅훅 지나가는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쓱쓱 읽히고, 문장을 읽노라면 영화 독백에서 나오곤 하는 일기의 어조가 느껴져 차분한 나레이터를 듣는 기분이 든다.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 이야기 ‘모든 것의 이야기’의 장면 장면을 읽으면 지독한 인간 군상의 소외되고 숨겨진 어두운 면이 도드라져 보인다. 문장 문장이 영화처럼 머릿속에 재생되는 데 읽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먹먹하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일단 작가의 삶을 경험한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것과, 상상력을 영화처럼 펼쳐 독자에게 보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어디선가 스쳐지나갔을 소외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필름처럼 재생되는 신비스런 이야기.
두번째 ‘대림동에서, 실종’은 감동의 여운이 짙었다. 내가 그간 해온 조직생활에서 느껴왔던 이런저런 감정들이 작품 하나에 녹아있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은 희망을 찾으려는 처절한 현실 인간들의 이야기이며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주변에 있을법한 사랑이야기였다. 작가님이 법조인이라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음 :-)
‘구세군’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SF작품인데 매트릭스나 매드맥스 류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의 이야기다. 다 읽고 나면 ‘그래 이 뭐같은 사회 확 뒤집어 엎자’고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조직생활을 하며 자주 생각하던 화두(확 뒤집어엎을까. 그리고 인간종에 대한 환멸)라 공감이 확 와닿는다고 생각한다. 모르긴 몰라도 작가님도 이 작품들을 통해 본인을 침잠하던 화두를 보여주고 싶은 것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 글을 통해 작가님 마음의 뭔가도 좀 해원됐겠지 생각도 들고. 책읽기의 정말 좋은 점인데, 책은 작가의 손에서 떠나 독자의 손으로 오면 어떤 생각을 하든 독자인 내 마음이라는 점이다. 아마 이 리뷰는 이 작품의 작가님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