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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선계 21 - 완결
이재일 지음 / 로크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이젠 완전히 끝인가. 조금은 두꺼운 마지막 권을 놓기가 또다시 아쉬워진다. <쟁선계> 21권은 여쟁선의 하편으로 ‘숭산과 감숙’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3장. 그날 밤 법왕의 얼굴이 네 번 노래진 이유
혈랑곡주 석대원이 혈랑검을 파괴해버리고 부쟁곡으로 칩거한 이후 8년이 지났다. 자신도 아버지도 모두 용서하고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가 오랜만에 강호로 나와 발길을 향한 곳은 소림사. 서역의 라마승들이 천선기의 중심인 벼락을 돌려받으러 숭산 소실산에 도착하던 날, 바즈라-우파야의 영체는 새 주인을 맞이한다. 인간사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법. 비각에서 도망쳐 비굴한 삶을 이어가던 법왕 패륵에게도 새로운 인생의 문은 열려 있었다.
제4장. 보물찾기
모용풍의 제자가 된 개방 방주 우근의 아들 우대만은 이제 청년 고수로 자라났다. 황서계를 이끌어갈 후계자로서 활동 중인 그가 있는 곳은 감숙의 황무지. 생시-살아있는 시체, 즉 좀비인 모양이다-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잠복중인데 묘령의 여인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사라짐을 거듭하며 위기에 처한 그를 구해준다. 순진하고 귀여운 소녀 서문관아, 강박증이 의심될 정도로 깐깐한 강동 석가장의 애늙은이 석두미, 지나칠 만큼 정중한 악양 활인장의 애늙은이 구양도경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 가운데 우대만의 절박하지만 코믹한 활약은 정점을 찍는다. ‘삶이란, 그리고 관계란 그렇게 헤어지고 또 이렇게 만나는 것.’ 시나브로 젊은 협객들의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강호의 판세도 바뀌고 있다.
-북악남패의 시대는 갔어. 이제는 동심맹과 남황맹, 즉 ‘쌍맹의 시대’가 도래한 거지.
새로운 시대의 주역으로 자리 잡은 두 개의 집단. 강동의 천하제일가 석가장와 천하제일 대방인 개방, 강호의 태두인 소림사가 맺은 백도의 동맹이 ‘동심맹’이요, 광동, 광서, 운남을 아우르는 대륙의 남서부를 터전으로 흑도의 기운을 풍기는 집단이 ‘남황맹’이다. 각기 제일가는 고수인 동심맹주 석대문과 남황맹주 금철산. 친구는 아니니 언젠가는 적수가 될 그들이 대면한 황무지에서 보물찾기는 계속된다.
수많은 별들...
그 별들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쟁선하며 살아가는 세상...
고개를 내려 그 세상을 천천히, 마치 정복해 나가는 듯한 눈길로 돌아본 남황맹주가 동심맹주에게 물었다.
“어떻소, 쟁선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찾는 보물이라는 생각이 안 드시오?”
아무래도 쟁선이야말로 살아가는 의미이자 에너지가 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발전의 기회라는 면에서 보면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앞을 다투는 세상이 너무 과열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안 그래도 세상이 너무 각박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