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선계 20
이재일 지음 / 로크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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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망애에서 열린 이차 곤륜지회를 끝으로 석대원은 쟁선의 길에서 내려가고, 오랜 친구와의 이별처럼 쟁선계의 대단원을 아쉬워했었는데 ‘여쟁선’의 이야기가 출간되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이러고서야 이재일 작가의 팬이라고 말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해서 부랴부랴 두 권을 손에 넣기가 무섭게 독파했음은 물론이다. 뱀의 발을 그리는 것이 아닌, 연의 꼬리를 붙이는 심정으로 써나가겠다는 작가의 다짐처럼 내게 있어 <여쟁선>은 연의 꼬리였다.

 

사실 <쟁선계>는 등장인물이 너무나도 많은데다 주인공급 또한 넘쳐나는 관계로 <여쟁선>에 과연 누가 등장할 것인지 궁금했다. 서문에 이런 말이 있었다. “생명력을 얻은 등장인물은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 간다. 작가는 그것을 관찰해서 글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특별한 검토 과정 없이도 작가의 머리에 저절로 떠올라 더그아웃에서 운동장으로 뛰쳐나온 선수들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물의 생명력과 그 인물이 이야기 안에서 갖는 중요도는 비례하지 않는 모양이라는 작가의 말씀에 동감한다. 이미 본연의 임무를 완수한 인물이라면 활약 또한 대단했을 터이고 더 이상 궁금할 것도, 서운할 것도 없으니 말이다.

 

제1장. 신뢰를 배운 자객, 이유를 찾은 책사, 소년 국수
가장 마음이 쓰였던 소년 국수 과홍견이 첫 장을 여는 선수로 등판한 것은 <쟁선계>의 독자라면 모두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여쟁선의 상편인 20권은 ‘북경과 화산’에서의 이야기다. 신무전에서 벌어진 제남혈사로 사부를 잃고 천하를 떠돌아다닌 지 3년, 과홍견은 자신의 기예를 완성시켜줄 스승은 한사람 밖에 없음을 절감한다. 비각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은 후 사라져버린 문강. 사부를 죽인 원수지만 그를 찾기 위해 모용풍의 황서계가 있는 북경으로 향하는데, 시대는 바야흐로 오이라트와의 전쟁이 목전에 다가와 혼란 속으로 접어들고 과홍견의 행보 역시 순탄할 수가 없다. “신뢰란 받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것이다.”를 몸소 실천하는 과홍견의 됨됨이에서 영향을 받는 사람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 어엿한 청년 국수로 성장하는 그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제2장. 매화는 이미 졌건만 향기는 온 산에 가득하다.
제일 좋아했던 인물 고검 제갈휘의 이야기가 빠지면 정말 섭섭했을 나의 마음을 알아준 것처럼 이야기는 화산으로 향한다. 갑자기 늙어버린 무양문 문주 서문숭은 곤륜지회 이후 문을 나가 화산파로 돌아간 제갈휘를 찾는다. 육년 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두 사람, 피붙이만큼이나 진한 믿음과 애정을 바탕으로 한 사나이들의 재회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결국 최대의 적은 자신 안에 있다던가. 자기 안에 숨어있는 유혹과 싸워 이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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