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와이너리 여행 - 식탁 위에서 즐기는 지구 한 바퀴
이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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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술의 과학과 문화'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20살이되고 처음 접한 술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수강을 했었는데, 그 당시 내가 마시던 소주와 맥주, 막걸리 외에 정말 다양한 종류의 술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수업 때 알게 된 많은 술들 중에서도 '와인'이라는 술은 가장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즐기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와인을 살 때마다 늘 고민이 된다. '이 라벨에서 알려주는 정보는 무엇일까, 이 와인은 내 입맛이랑 맞을까, 어떤 포도를 쓴 거지? 그 차이는 뭐지?' 등을 고민하다가, 새로운 와인에 도전을 못 하고 몇 번 먹어 본 와인들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이라는 책을 한 달 전에도 읽었지만, 다른 와인 전문가는 와인에 대해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정보를 독자에게 주려고 할지 궁금했다. 같은 와인을 즐겨도 맛을 느끼는 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와인에 대해 써도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는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와인, 와이너리 여행'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와인을 구별하는 법, 포도 품종, 테루아르(포도밭) 등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부터 맛 뿐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와이너리까지 소개를 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섬세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군데군데 삽입된 프랑스 와이너리의 사진들을 보면서 여행하는 느낌을 받았고, 코로나19가 조용해져 프랑스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이 와이너리를 방문해봐야지 라는 생각마저 해보게 되었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는 거 같다. 나처럼 완전 초보면서 와인 자체를 즐기는 사람과 저자처럼 와인에 대해 해박하면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 와인의 기본 에티켓이나, 라벨을 읽는 방법은 반복하다보면 쉽게 터득할 수 있지만 샤토 리피트 로칠드, 로마테 콩티, 레클레르 브리앙 등 다양한 프리미엄 와인을 초보가 접하기에는 그 문턱이 높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초보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거 같다.


이 책에서 들어봤지만 못 마셔봤고 이제는 알더라도 사먹기에는 비싼 와인들에대해 읽던 중 내가 자주 마시는 칠레 와인 '몬테스'에 대해 읽을 때는 내심 흐뭇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내가 마시는 와인도 이렇게 책에 나오잖아?라는 약간의 자부심도 생긴 거 같다.

2019년 한국 시장에 소개된 드라이 와인으로는 몬테스 와인이 처음으로 누적 판매 1천만 병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또한 칠레는 내수 시장에서나 해외 시장에서나 저가 와인의 이미지가 강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한국의 소비자들은 선입견 없이 받아들여 몬테스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몬테스 와인을 사랑해왔다니, 놀라웠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렵지만 모든 몬테스 와인에는 "칠레로부터 자부심을 가지고(From Chile with Pride)"라는 표현이 쓰여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 표현을 본 기억이 없는데, 다음번에 와인 마실 기회가 있으면 몬테스 알파를 마시면서 찾아봐야겠다.

와인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쌓고 있다보면, 언젠간 내가 마셔 본 와인을 책에서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날이 오지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면서 와인을 마실 때마다 와인의 이름과 내가 느낀 맛과 향을 메모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을 기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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