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의 본격적인 도시생활이 펼쳐지려나 했는데 남에게 의존적인 노예습관이 남아있어 주체가 이장에서 현오로 이동했을뿐 이매의 행동제약은 여전해서 씁쓸합니다. 현오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현오를 더욱 맹신하는 지경까지 이르는 이매가 안타깝고 자립에 대한 의지가 1도 없어 보여 답답합니다. 섬에서 탈출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 의지를 보이기는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를 안하는 것과 현오에게 더욱 매달리는 모습이 좀 실망스러운 3권이였습니다. 자립은 커녕 현오가 이매에게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계기만 물씬 만들어주는 이매의 행동에 후일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표지그림과 다른게 내용은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수와 공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세심하게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전에 오해라는 감정이 덧붙여져 겉도는 시간을 가졌지만 우연한 계기로 인해 오해를 걷어내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그들의 모습으로 므흣해지는 내용입니다.
외지인인 악이 내지인의 악을 본격적으로 응징하는 모습이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함이 느껴집니다. 외지인 악인 공이 오직 수의 억울하고 비참한 삶을 위해 그들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 추구의 위함이 다분히 담겨 있고 응징하는 방식도 철저히 악의적이고 비인륜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인식한 후의 수는 공의 동아줄을 놓기보다는 단단히 붙잡고자 합니다. 섬주민들 중 절대적 악의 상징이였던 이장네 식구들이 수에게 행했던 모든 행위들을 보면 수가 또다른 악이라도 공에게 의지하려는 모습은 공감이 됩니다. 섬에서 탈출해 인간적인 삶의 스타트를 끊은 수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기대감을 갖게 하는 2권입니다.
보통 선이 악에서 약을 구하는 내용이 보편적인데 이 작품 속 구도는 악이 악에서 약을 구하는 내용이라 독특합니다. 그래서 더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약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약탈하는 악에게서 외부인인 악이 약을 보호해주려는 모습을 서서히 내비치는 1권입니다. 굴종이 몸에 베인 수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그런 수를 도와주려는 의지를 보이는 공이 빨리 액션을 취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 차오르게 하는 1권입니다. 섬이라는 고립된 세계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