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슈빌 엘리트 사립고등학교에서 일어난 SNS 스캔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삶을 살기 위한 용기.



나는 까르띠에 시계를 찬 손목을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 밑으로 숨기느라 어정쩡한 자세로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내 시계는 멜라니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 내 삶도 멜라니의 삶과 같지 않다고 나를 타일렀다. 우선, 이 시계는 내가 나를 위해 충동적으로 산 것이 아니라 커크가 결혼 15주년 기념 선물로 준 것이다. 그뿐 아니라, 나는 핀치가 어릴 때 나를 위해 선물이나 카드를 손수 만들어 갖다 주는 것을 늘 기쁘게 받았으며 이제는 그런 것들이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림을 깨닫고는 슬퍼했단 말이다. p.8



아빠가 일을 얼마나 더 악화시켰는지 알기나 하세요?(...) 이런 일은 고등학교에서 흔하게 일어난다고요·····. 다들 그냥 이딴 사진을 막 찍어요. 그리고는 조금 있으면······ 다 사라져요. (...) 사람들이 잊어버린다고요. 그런데 아빠는 방금 사람들이 잊어버리지 못하게 만들어버렸어요. p.122~123



핀치는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핀치는 음악과 미술과 요리를 즐길 줄 아는 아이였다. “계집애 같기는.” 커크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러면서 내가 우리 아들을 ‘너무 무르게’ 키우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쏘아붙이곤 했지만, 어느새 나는 결국 남편의 바람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핀치의 빈 시간은 좀 더 주류 사회의 남자아이들이 즐기는 활동으로 채워졌다. 스포츠와 테크놀로지(커크의 관심사)가 음악과 미술(내 관심사)을 밀어냈다. 나는 그래도 괜찮다며, 우리 아들이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 되기만 한다면 괜찮다며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어느새 자기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p.182~183



나는 할 수만 있다면 핀치의 차를 사던 시점으로 돌아가 그 대화를 다시 하고 싶어졌다. 지금의 나는 왜 그 차를 사주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기다란 리스트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그랬다. 아이의 눈높이를 그렇게 올려놓고, 또 이런 걸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하면 안 되니까. 뭐든 공짜가 아니라 벌어야 한다는 법을 배워야 하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 아이는 더 이상 무엇을 노력하고 배울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특권을 갖는 것과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p.263



어느 날 파티에서 16살 소녀 라일라가 취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 사진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핀치를 좋아하는 라일라는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하지만 아버지 톰은 학교에 얘기를 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핀치와 그의 부모인 니나, 커크와 만나게 된다.

부유한 집안의 핀치의 아버지는 돈으로 무마하려고 하고, 핀치의 엄마인 니나는 톰과 라일라를 만나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

부유한 니나, 싱글대디 톰과 그의 딸 라일라의 각자의 시점으로 이 사건에 대해 파헤쳐 가면서 자신들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문이 들고, 그들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묻기 시작한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가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용기를 찾으려 한다.



이 소설은 성폭력, 인종차별, 계층간의 갈등에 대해 담고 있는데, 라일라가 아빠한테 고등학교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금방 잊혀진다는 얘기를 했는데 참 안타까웠고, 커크를 보면서 돈과 권력이면 어떤 일이든 다 되는 해결되는 것일까? 읽으면서 씁쓸하기도 했다.

우리가 원했던 것들, 내가 원했던 것들이 무었일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책이 두껍지만 가독성이 좋아서 누구나 읽기 좋을 것 같다.

책표지에서도 느껴지지만 책을 읽으면서 한 편의 미드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