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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숲
김준호 지음 / 한평서재 / 2020년 12월
평점 :
이 소설은 데스틴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노인 데스틴은 동쪽 바다위에 떠있는 자신이 만든 황갈색 관에 앉아 아내와 딸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관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데스틴은 밤의 바다숲으로 가서 자신의 인생을 거꾸로 다시 살아가게 된다. 죽기 직전 노인의 순간부터 다시 아기가 될 때까지 물망초로 만든 미오조티스 목걸이를 한 채로 밤의 바다숲에서 시간이 흐를 때마다 물망초는 한 송이씩 지게 된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데스틴은 다시 똑같은 인생을 살기 싫었지만 자신의 입가의 상처가 언제 생겼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다시 거꾸로 살면서 그는 중요한 걸 깨닫게 된다.
똑같은 인생을 다시 살아가라고 하면 어떨까? 지금보다는 더 잘 살아갈까?
나는 살면서 후회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았다. 살아가면서 지난날들을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 소설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상처 때문에 불행하다고 생각한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무엇인지,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차례부분이 참 독특하다. 읽으면서 차례부분이 하나씩 하나씩 채워져 간다.
책의 뒷부분부터 펼치면 다시 시작이 되는 이야기.
판타지 같이 신비스러운 보랏빛 책표지, 그리고 동화같은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샘이 터졌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죽음에서부터 탄생의 순간까지,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반복되는 인생.
죽음은 끝이 아니고 탄생은 시작이 아니다.
원래 바다숲 사람들은 이렇게 죽음을 맞이한다. 온종일 쨍쨍한 해만 떠 있는 이 바다숲에는 수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다.(...) 모든 사람은 서쪽 울창한 숲속에 있는 한 우물에서 태어난다. 이 우물은 ‘탄생의 우물’이라고 불린다. p.12
간섭 없이 혼자 살아가는 것이 진정 행복의 답일까. 나를 보는 사람과 나를 보지 않는 사람 중에 누가 나와 맞았던 걸까. p.108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 사이에 숨어버린 행복을 되찾은 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잊힌 그 행복도 자신이 주인에게 다시 발견될 줄 알았을까. p.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