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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의 이름으로...
백혈병에 걸린 어린 아들에 대한 슬픈 부성애
가시고기는 참 이상한 물고기예요.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가시고기가 혼자 남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은 채 열심히 지켜내죠. 아빠가시고기 덕분에 새끼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납니다. 아빠가시고기는 그만 죽고 말아요. 새끼들은 아빠가시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결국 아빠가시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가시고기는 언제나 아빠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내 마음속에는 슬픔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라요.
아, 가시고기 우리 아빠. p. 192,193
아빠의 손은 따뜻해요. 사람의 온도는 모두 똑같대요.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의 손은 따뜻하고, 어떤 사람의 손은 차가울까요. 내 생각은 이래요. 손과 마음 사이에는 알지 못하는 비밀 통로로 연결된 때문이죠. p. 197
특별해서가 아니다. 아이에 대한 사랑이 유난히 깊어서도 아니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호명되는 순간부터 그리 될 수밖에 없다. 아버지란 이름 속에는 제 살과 제 피를 아이에게 나눠줘야 할 숙명이 깃들어 있다. p. 328
아빠 정호연은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 오직 아픈 아들이 환하게 웃고 건강해지길 바랄 뿐이다. 어린 아들과 자신을 버리고 프랑스로 떠나버린 아내에게 화도 내지 않고, 자신을 좋아하는 여진희의 마음도 모른 척 한다. 자신이 간암에 걸린 걸 알고서도 아들을 위해 비밀로 한다. 그에겐 언제나 다움이가 전부다.
아들 다움이는 어른 같은 아이다. 아빠가 다움이를 위해 거짓말을 해도 다 알지만 모른척 한다. 다움이에겐 아빠가 전부다. 그래서 아버지를 위해 먹기 힘든 멸균 음식을 먹고 약을 먹고 아픈 치료들을 견뎠다. 아빠가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뒷부분에서는 계속 읽기가 힘들어서 ‘읽다가 잠시 멈추다’를 반복했다. 새벽에 혼자 꾸역꾸역 울음을 삼키며 몇 시간 만에 다 읽었다. 울음 소리에 딸이 깰까봐 베란다로 나갔다. 찬바람에 눈물이 조금씩 지워져갔다.
오래전에 읽었지만 다시 읽어도 슬펐다. 아주 오래전이라 그런지 내용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슬펐던 것은 기억에 남아있었다. 만화책으로도 출간이 됐고, 드라마, 연극으로도 나왔던 가시고기. 예전에 드라마를 보면서도 참 많이도 울었더랬다.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다. 하지만 부모라도 그렇게 하기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난 엄마지만 우리 아이를 위해 저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가시고기아빠 정호연과 아들 정다움.
서로에게 서로가 전부였던 그들이 가슴속에서 오랫동안 따뜻하고 슬프게 남아있을 것 같다.
“이런 말 알아?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 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p. 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