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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ㅣ 테마 소설집
조남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평점 :
조남주-봄날아빠를 아세요?
정용준- 스노우
이주란- 별일은 없고요?
조수경-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
임현- 고요한 미래
정지돈- 무한의 섬
김초엽- 캐빈 방정식
책을 읽으면서 지금 현실과 비슷해서 공감도 되기도 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이야기도 있었고, 또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눈물을 쏟은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작가 인터뷰가 참 재미있었다.
조수경 작가님의 마지막인터뷰는 가슴이 아팠다.
조남주 작가의 '봄날 아빠를 아세요? 에서는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라 많은 이들이 공감할 이야기일 것 같다. 끝내 봄날 아빠가 누구인지 나오지 않아서 봄날 아빠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이주란 작가의 '별일은 없고요?' 는 다세대 주택에 사는 수연이 사직서를 내고 엄마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서 살게 된다. 엄마가 사는 작은 원룸에서 수연은 엄마가 다니는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가끔 심부름도 하면서 차츰 적응해 나간다. 작은 원룸에서 레몬생강청을 만들고, 사과주도 담근다. 레몬향과 사과향이 코끝에 전해지는 것 같다.
''별일은 없고요?'' 하고 묻는 건 무심한 듯 툭 내뱉는 말 같지만 상대방에 대한 안부인사에 더불어 관심과 애정이 녹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별일 없이 산다는 건 어쩜 가장 좋은 일이 아닐까?
조수경 작가의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 은 재개발 지역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재개발로 인해 어쩔수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어디에 머무를까..
아내는 욕심 그만 부리라는데 용근은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다. 8월 말의 실거래 정보를 보면 지금 내놓은 가격에도 거래가 될 것 같다. 분명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인데 내 것이었던 같다. 빼앗긴 것 같다. 용근은 박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P. 43
서울에서 짐을 정리할 때 버릴 것을 정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버릴 거 말고, 남길 걸 정해야지. 그럼 쉽지.] 엄마의 메시지에 나는 남길 것들을 골랐는데, 막상 남길 것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P. 117
잘 도착했나요/네/ 별일은 없고요?/ 기차 타고 조금오는데 별일은요/ 아무튼 잘 가셨다니 마음이 놓입니다/ 저도요 P. 136
한강변에 있는 연석 명의의 아파트. 언젠가 그곳이 재건축된다면 거기 살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어디로 가게 될까. 어디로 가야 할까. 이런 생각들은 초고층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멋진 야경을 보며 다 잊게 되겠지. 잊고 살겠지. P. 184
그러나 시간은 객관적이지 않다. 시간은 인간의 뇌를 통해서 해석된다. 어떤 사람의 하루가 어떤 사람의 반나절처럼 흘러간다. 우리가 보는 것이 빨간색일까 묻는 사람들은 있어도 우리가 느끼는 1초가 같은 1초일까 묻는 이들은 없다. P. 278
왜 어떤 사람에겐 최소한의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걸까요. 소설을 쓰는 동안 참담한 마음이었습니다. '집'이 '재산'이 아닌, 그냥 '집' 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모두가 '집'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하루의 고단함을 모두 내려놓고, 따뜻한 밥을 지어 먹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는 '집' 말입니다
-조수경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