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눈가리기 [BL] 눈가리기 1
이미누 지음 / 시크노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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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부터 눈을 가린다는 걸까? 아니, 눈을 가리면 어떤 것들을 볼 수 있을까.

중편 소설이라 분량이 짧기도 하지만 흡인력이 강해 책을 구매하고 단숨에 읽었다. 다 읽고나서 할 말이 많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리뷰를 쓰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읽자마자 리뷰를 쓰면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사실 모든 소설이 그렇지만 이 소설은 특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평범한 직장인인 해원(주인수)이 귀갓길에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한 남자를 만난다. 병원에서 도망치기라도 한듯 환자복을 입고 있는, 정신도 불안정해 보이는 남자가 자신을 따라오자 해원은 적당히 대꾸하며 무시하는 듯했으나 마음을 바꾼다. 비가 오는 날 길거리에 버려진 고양이를 줍듯이 다 큰 성인 남성을 집으로 데려온 해원은 남자와 관계를 맺고 뒤늦게 이름을 묻는다.

정신이 불안정한 남자, 정윤(주인공)과 동거 아닌 동거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해원은 TV 뉴스에서 정윤의 얼굴을 보게 되는데, 그를 연쇄살인범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해원은 당황한 기색 없이 정윤을 대하며 두 사람은 계속해서 한 집에서 생활한다. 물론 정윤의 취급은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귀엽지만 말은 통하지 않는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수상한 자가 기웃거리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자는 정윤의 이복형제로, 정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착취하기까지 했던 ‘아빠’를 살해한 인물이다. 그러나 살해 혐의를 정윤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했으며, 정윤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인다. 사라진 정윤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 저를 수상쩍게 여긴 해원과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표면적인 갈등은 이렇게 세 인물, 그 중에서도 해원과 정윤의 이복형제가 빚어내지만 사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보다 숨겨진 이야기가 더 중요한 소설이다. 정윤이 계부에게 학대를 당했다면 해원은 학창시절 동급생에게 비슷한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 상처를 가진 사람이 상처 입은 사람을 알아본 것이다.

그런데 해원은 상당히 비틀린 인물이라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과거에 겪은 학대로 인해 망가졌지만 그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온전하지 못한 ‘나’가 바로 지금의 ‘나’이며, 진짜 ‘나’라고 생각한다. 해원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정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그때문이다. 이는 상처, 혹은 흔히들 트라우마라고 말하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강박적인 사회를 비판하는 동시에 제목의 눈가리기가 뜻하는 바를 드러낸다.

처음 보는 정신이 불안정한 남자를 집으로 데려와 관계를 맺는 일련의 이야기는 분명 모럴리스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두 인물, 해원과 정윤이 만들어낸 하나의 세계는 그들 자신에게 매우 다정하고 안락한 곳이다. 상처 입은 사람에게 그 상처가 나을 거라는 낙관적인 위로는 막연하고 허름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상처를 치유하지 않아도 괜찮다,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이 소설을 보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물론 이 책이 임상심리학 책은 아니다. 소설의 테두리 안에서, 이런 식으로 상처 입은 인물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 훨씬 윤리적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고개를 돌려 다른 각도로 사건을, 삶을 마주할 때 우리는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눈을 가림으로써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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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눈가리기 [BL] 눈가리기 1
이미누 지음 / 시크노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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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리스한 이야기 같지만 두 사람이 만들어낸 세계는 그 어떤 곳보다도 다정하고 안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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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세계가 무너지기 일주일 전
이미누 지음 / 시크노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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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버스 세계관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짧고 애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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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너와 가는 세상에 (총2권/완결)
벨수국 지음 / 시크노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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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몸에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성격의 지재일(주인공)은 남자아이들만 득시글거리는 남고에서 눈엣가시 같은 취급을 당한다. 조회 시간 마다 픽픽 쓰러지는 바람에 풍선인형, 볼링 핀 같은 다분히 비하적인 멸칭으로 불릴 정도다. 그런 재일을 전교생 가운데 유일하게 본명으로 부르는 건 같은 반의 윤솔(주인수) 뿐이다. 성적은 뛰어나지만 그리 튀지 않는 학생인 솔은 병약한 몸이면서도 꿋꿋이 조회 시간에 서 있고, 체육 수업도 빠지지 않는 재일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 수업 중에 재일이 쓰러지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달려간다. 두 소년의 이야기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솔은 쓰러진 재일을 등에 업고 양호실 앞에 도착했을 때, 볼과 목젖에 차례로 와닿는 손가락의 감촉을 느끼고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경험을 한다. 물론 손의 주인은 재일이었다. 언제 쓰러졌냐는 듯이 눈을 뜬 재일은 솔의 이름을 부르며 내려 달라고 말한다. 재일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다. 그 사이 재일은 찬바람을 날리며 솔을 내버려 두고 사라진다. 이후 솔은 자신의 몸에 닿았던 체온을 잊지 못하고 교실에서 이전보다 더 유심히 재일을 바라본다. 그리고 학교 밖에서 우연히 재일을 발견하고, 마침내 마주친 순간 솔은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한 관심이 호감으로, 그리고 호감이 열을 띤 애정으로 변하는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냈다. 때문에 보통 BL 소설의 클리셰를 뒤집은 설정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솔은 수에게 반한 공이 가질 법한 시선으로 재일을 바라보며 예민하다 못해 까칠한 성정을 받아주려고 노력한다. 병약공이라는 설정 자체가 흔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공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수 또한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서 직진하는 솔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 처음에는 조금도 살갑지 않았던 재일이 서서히 솔을 받아들이는 변화 또한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다.


BL 소설은 장르상의 특성 때문인지 육체적 관계가 선행되는 작품이 많은데, 이 소설은 먼저 감정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줘서 풋풋하게 느껴졌다. 물론 마냥 밝고 싱그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불안하고 미성숙한 모습을 담아낸 이야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재일과 솔이 서로를 향한 마음 만큼은 맹목적일 정도로 순수한 형태다. 때문에 오컬트나 귀접과 같은 다소 마이너한, 어쩌면 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설정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작가님의 전작인 <마중 나오던 우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읽은 소설인데, 역시나 필력이 좋아서 술술 읽혔다. 마이너한 소재와 설정 때문만은 아니고, 작가님이 쓰고 싶은 소설을 썼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유행하는 특정한 설정 등에 편승하지 않은 작품을 만나는 건 장르 소설을 읽는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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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너와 가는 세상에 (총2권/완결)
벨수국 지음 / 시크노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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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일 정도로 순수한 사랑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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