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살았던 이름없는 소년은 추운 겨울날 인자한 책방 할아버지를 만나 스엔, 겨울 바람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름은 스엔에게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책방을 찾아온 검은 털에 노란 눈동자의 고양이에게도 이름을 붙여주려고 한다. 그런 스엔에게 할아버지는 고양이들에게는 이미 가지고 있는 이름이 있다고 알려준다. 하는 수없이 스엔은 고양이를 ‘친구’라고 부르는 걸로 만족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였던 고양이를 사고로 잃게 된다. 스엔이 고양이와 재회하게 되는 건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뒤다. 사고로 고양이가 죽고, 할아버지 역시 병으로 세상을 떠나 혼자가 되었을 때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집에 문제가 생겨 보수공사를 하는 동안 스엔은 이웃집에 신세를 진다. 친근하게 구는 이웃집 고양이 때문에 스엔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그런 스엔의 속마음을 읽었던 걸까. 고양이가 사람의 말로 스엔에게 광장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사람의 말을 하는 고양이 때문에 깜짝 놀랐지만 스엔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광장으로 향한다. 한참동안 고양이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스엔에게 다가오는 것은 훤칠한 남자다. 남자는 스엔의 앞에서 다시 고양이로 변신하면서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수년 전, 책방에서 지냈던 ‘친구’였던 것이다. 죽었던 고양이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을 확인한 스엔은 감격하고, 둘은 다시 함께 살게 된다. 그리고 스엔은 드디어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노이, 달이 뜬 밤.그렇게 스엔과 노이는 책방을 꾸려가며 살아간다. 큰 사건도, 자극적인 요소도 없는 힐링물이다. 헤어볼을 토하거나 천둥 소리 때문에 깜짝 놀라는 모습 등 고양이 노이의 귀여운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귀여움만이 이 소설의 전부는 아니다. 언뜻 보기엔 말랑한 이야기 같지만 의외로 단단하다. 스엔과 노이가 서로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봐도 좋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주는 관계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