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교회가 온다 - 교육운동가 송인수의 평신도교회 17년 이야기
송인수 지음 / 잉클링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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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교인, 신자, 성도로 살았다. 교회는 놀이터였고 추억의 공간이었다. 내가 잘 아는 사람들, 나를 아끼는 사람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였다. 학교보다 교회가 더 좋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대부분 교회가 배경이다. 나는 교회에서 먹고 놀고 자랐다. 교회는 늘 좋고, 목사는 늘 옳고, 나는 계속 교회 품에서 지낼 줄 알았다.

 

대학생일 때 중고등부 교사를 했다. 그때 교회 내부 문제로 청년부 회장이 목사에게 대들었다. 목사가 청년부 회장을 고소했다. 교회가 둘로 갈라졌다. 돈 문제가 얽히고 비난과 협박이 오가는 모습을 보며 환상이 깨졌다. 그즈음 폴 스티븐스가 쓴 책을 읽었다. 참으로 해방된 평신도, 평신도가 사라진 교회, 21세기를 위한 평신도 신학을 읽고 목사를 의지하지 않는 신앙을 생각했다.

 

성경 말씀을 붙들고 씨름하며 묵상했다. 20년 동안 중고등부 교사로 지내며 말씀을 나누었다. 내가 고민하며 끙끙댔던 말씀, 몇 시간 지내는 주일날 교회가 아니라 아이들과 지내며 적용하려고 했던 말씀이었다. 학생들과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그럴수록 목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예배가 예배로 다가오지 않았다.

 

5년 전에 제도 교회를 떠났다. 평신도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 같이 책을 읽고 신자가 누구인지, 목회자 없이 교회를 이룰 수 없는 건지, 평신도 교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나누었다. 송인수 선생님은 책을 꼼꼼하게 읽고 평신도 모임에 온 마음을 쏟았다. 치열하게 사는 분인지라 평신도 교회에 대한 고민도 치열하게 다루었다.

 

송인수 선생님이 교회와 신자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평신도 교회가 온다가 나왔다. 폴 스티븐스 이후에 평신도 신학을 다룬 책을 다시 만났다. 특히 3(부모가 아이 앞에서 성경을 들어야 한다)가 가장 좋았다. 선생님은 교사였다. 입시와 학업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떠났으나 선생님 마음에는 늘 아이(학생)가 있다. 이 책에서도 아이를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자라는 모습을 소개한다.

 

한국 교회가 욕을 많이 먹지만,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존 교회와는 다른 교회도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작은 모임들이 교회됨을 기뻐하며 각 가정마다 교회로 살아가는 때가 올 것이다. 이 책이 그런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 교회를 이루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방향을 보여주며, 선생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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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
마석훈 지음 / 필요한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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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리 아오지 탄광이야!”


북한을 탈출해서 강원도 바닷가에 온 학생이 있었다. 먼저 나온 고모가 여기 살아서 아이도 **시로 왔다. 대부분 그렇듯 탈북하느라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두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이 배웠다. 2 나이의 탈북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으로 다녔다. 말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완전히 다르니 어울리기 어려웠다. 학생은 말수가 적었다. 조용히 학교에 왔다가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초등학교 6학년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시끄럽게 떠든다. 선생님이 말해도 건성으로 대답한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어느 날, 아이가 벌떡 일어나서 양손으로 책상을 !” 하고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간나 쌔끼들, 북에서 이렇게 하믄 모조리 아오지 탄광이야!”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남조선 아이들 행동을 참다 참다 폭발한 모양이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남한에서는 배고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탈출했지만,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두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고, 예의 없고 철없는 모습을 계속 봐야 하고, 게다가 자기가 간나 쌔끼들보다 공부를 못해서 자존심 상할 줄은 예상도 못 했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을 떠나 험하고 어려운 길을 거쳐 우리나라에 왔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우리나라에 온 삼만 명의 탈북민은 남한에서 행복하게 살까? 이웃과 사이좋게 지낼까?

 

 

그룹홈 우리집


3~12월까지 한 달에 두 편씩 글을 보내드리고 월 1만 원씩 받는 펀딩을 했다. 후원할 곳을 추천받으면서 그룹홈 우리집을 알게 되었다. 마석훈 대표가 그룹홈을 만들어 탈북청소년들과 함께 산다고 했다. 지금은 유치원부터 대학생까지 11(해마다 달라짐)과 빌라에서 함께 산다. 북한을 탈출하면서 부모를 잃거나 헤어진 아이, 부모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본다고 하셨다. 죽음의 길을 지나면서 상처받은 아이들, 표현이 강해서 함께 지내기 어려운 아이들과 18년 동안 같이 살았다는 말을 듣고 정말 놀랐다.

후원금을 보내드렸더니 책을 보내주셨다. 우리가 만난 통일, 북조선 아이라는 책이었다. 앞표지가 평범해서 자료집을 보낸 줄 알았다. 책을 뒤집었다가 뒷표지에 꽂혀버렸다. 지금까지 읽은 책 수천 권, 표지를 보았던 책 수만 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뒷표지였다. 책을 읽으면서 뒷표지가 점점 아름다워졌다. 너무 귀한 책이다. 책벌레가 뽑은 올해의 책에 해당하는 책이다.

책은 5부로 쓰였다. 마석훈 대표는 하나둘학교(1. 2001, 북한이탈주민이 정착교육을 받는 하나원 안에 있는 학교), 늘푸른학교(2. 2002, 하나원을 퇴소한 무연고 탈북청소년의 생활훈련과 자립을 돕는 공동체), 그룹홈(3. 2003~2005, 임대빌라에서 탈북학생들과 함께 사는 집), 그룹홈 우리집’(4. 2006~현재)에서 탈북청소년들과 살았다. 아침에 학교 보내고 저녁에 돌아오는 아이들 맞아들이는 생활이 아니다. 아침에 학생들 만나 저녁에 집으로 보내는 것도 아니다.

남한은 북한과 다르다 . 이만저만 다른 게 아니다. 당장 말투가 달라 북한에서 온 줄 다 안다. 탈북청소년은 완전히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 부모와 헤어졌거나 부모가 죽기도 했다. 목숨 걸고 나오는 과정도 힘들었는데 남조선에서 살아가는 현실이 만만치 않다. 상처는 많고 가치관도 다르다. 별것 아닌 일에도 다툼이 생길 수 있다. 누군가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마석훈 대표 외에는 탈북청소년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도 힘들 텐데 학교와 사회에서 적응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학생들 설득하다가 다투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몸부림친 내용이다.

책을 읽으며 자꾸만 멈추어야 했다. 아이들이 목숨 걸고 나온 이야기가 슬프고, 극적이고, 대단해서가 아니다. 불쌍하거나 놀라워서도 아니다. 마석훈 대표가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에 너무 공감해서이다. 인간을 이렇게나 깊이 이해하다니 놀랍다. 탈북청소년들과 같이 살면서 겪은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고,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고, 인간으로 대하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통일 하나! 가지게 되더라도 남에게 거만하지 않게 베풀고,

통일 둘! 도움 받아 살더라도 비굴하지 않게 받으며,


그룹홈 우리집가훈은 다섯 가지다. 첫째가 가지게 되더라고 남에게 거만하지 않게 베풀자는 내용이다. 자립하자, 성공하자 하며 목표를 이루자는 내용이 아니다.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비굴함과 거만을 가훈으로 삼다니 대단하다. 후원금을 보냈더니 마석훈 대표가 사진 찍고 기사 내는 그런 걸 원하지 않냐고 물으셨다.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아이들, 더구나 돌볼 사람이 없는 아이들만 지내는 곳이라 하면 사람들 반응이 딱 보인다. “아이고, 불쌍해서 어떻게 해?”, “불쌍한 아이들에게 뭐라도 줘야겠다!” 하겠지.

불쌍해서 주는 건 좋지 않다. 아이라서 도와주고, 같은 민족이라 도와주고, 예수님 생각하며 도와주는 건 괜찮지만 상대가 불쌍해서 도와주는 건 반대한다. 도와주는 자신을 우위에 두고, 상대를 저기 아래에서 손을 내미는 하찮은 존재로 만드는 건 오만이다. 오만은 도와주는 사람, 도움받는 사람 모두를 망친다. 탈북학생들은 이런 태도를 정말 싫어한다. 마석훈 대표도 운영비 쉽게 마련하는 방법을 알지만, 방송을 이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겪은 일을 과장해서 불쌍한 척하며 후원자를 이용하는 학생들을 꾸중하고 혼낸다. 탈북학생들 내세워 비굴한 표정 지으면 돈이 생기고 편해지는데 그러지 않는다. 배짱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이다.

제 돈이 아니에요. 돈 받아서 전하는 사람이라 그런 거 안 합니다. 받은 돈 전달했으니 알아서 쓰세요!” 했다. 마석훈 대표 표정에 내 마음이 보였다.



통일 셋! 누구 하나 소외됨이 없도록 늘 깨어있으며,

통일 사천만! 가난한 이웃을 섬기기 위해 내 삶을 나누고,


누구 하나 소외하지 않고 늘 깨어, 가난한 이웃을 섬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용서하고, 보듬고, 한없이 너그러워야 할까?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나 할 이야기다. 언젠가 우리의 삶이 아름다워지겠지만, 살아가는 과정은 다툼과 긴장의 연속이다. 자녀를 기르면서도 꾸중하고, 설득하고, 화를 내야 하는데 탈북한 청소년들과 함께 살면 장난 아니다. 마석훈 대표가 참고 기다린 내용, 학교에 가서 빌었던 내용도 좋았지만 학생과 싸운 내용, (어쩔 수 없이, 때론 쿨하게) 포기하는 내용도 좋았다. 그룹홈을 떠난 학생에게 어찌 내게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지를 어찌 키웠는데, 쌍누무 새끼.” 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아이를 사랑한 사람이라면 이 마음 안다.


 

통일 팔천만!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함께 갑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통일해야 하느냐 물으면 대부분 하지 말자고 한다. 북한이 고개 숙이고 들어오면 받아주는 통일을 원한다. 어른들도 잘사는 우리나라가 못 사는 북한을 흡수하는 통일을 원한다. 통일을 기업 인수합병처럼 생각한다. 기업에 이익이 되는지 따져보고, 대기업이 중소기업 삼키듯 북한을 먹어버리려 한다. 북조선 동포들이 그런 통일을 받아들일까? 마석훈 대표는 영토 통일, 자원 통일이 아니라 사람 통일을 말한다. 오천만 국민이 삼만 명 탈북민을 받아주지 못하면 이천오백만과 어떻게 통일하겠느냐고 묻는다. 오만하게 도와주고, 그들이 굽신거리며 고마워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통일이라면 글쎄~ 과연 그게 통일일까?

이 책은 책벌레 이름을 걸고 추천한다. 꼭 사서 읽으세요. 빌리지 말고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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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대전환, 학벌 없는 시대가 온다 - 7인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채용과 교육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
손주은 외 지음, 교육의봄 기획 / 우리학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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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학() + 공훈, 가문 벌() = 학벌(學閥). 학교, 학생, 학습에 쓰이는 낱말()과 족벌(族閥), 파벌(派閥), 재벌(財閥)에 쓰이는 한자가 더해지다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가족이 세력을 이룬 족벌, 이해관계에 따라 세력을 이룬 파벌, 자본으로 세력을 이룬 재벌에 끼면 부와 권력을 누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배움과 파벌이라니? 이익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배움과 족벌이 나란히 붙었을까? 정말 좋은 학벌을 가지면 이익이 커질까?

 

지방 소도시에는 좋은 대학에 입학한 학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린다. 좋은 학벌을 갖게 되었다고 온 마을이 축하한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했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에게, 부모는 자녀에게 너도 열심히 노력해서 저렇게 돼라!’ 했다. 좋은 학벌을 갖추어야 한다는 당위 앞에서 학생들은 배움에 몰두했을까? 아니다. 경쟁에 몰두했다. 상대평가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험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을 길러야 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까?

 

채용 대전환, 학벌 없는 시대가 온다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리더로 꼽히는 일곱 명이 강연한 내용을 담았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사람들이 강사로 나섰다. 메가스터디 회장,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이들은 학벌의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한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다른 사람을 이기려는 태도로는 새로운 시대에서 앞서나가지 못한다.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해서 개인의 능력으로는 시대를 이끌지 못한다. 서로 협력하고, 환경을 아끼며, 지금보다 앞으로 잘할 사람을 뽑는다.

기업은 이미 변화를 시작했다. 더 이상 능력을 자기 혼자 입증해 보이려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 지금은 홀로 성장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기업에도 도움이 되었음을 자료를 통해 제시한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학벌과 스펙에 의존하는 채용은 좋은 인재를 가려내지 못한다. 면접과 역량 검사 등 사람의 역량을 확인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채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10년 안에 사교육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학벌 체제에서 이익을 누린 사교육의 괴수(?)인 메가스터디 회장의 말이다. 경쟁을 독려하는 방식은 오히려 기업에게 방해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구조를 버리고 직업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그리고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때부터 회사가 다시 살아났다. 옆자리 동료를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보는 관점, 함께 변화를 일으키자는 마음, 환경을 생각하고 생태계를 살리는 마음, 질문하고 새롭게 해보는 마음이 기업을 살렸다. 그렇다면 좋은 대학 가려는 노력 대신 무얼 해야 할까? 그래도 대학 이름이 중요하지 않나?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이런 대답이 들린다.

사회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느 대학 나왔는지가 여전히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 건 뭐가 되나? 지금까지 좋은 대학에 가려고 투입한 노력은 누가 보상하나? 우릴 체제의 희생양으로 삼는 건가?”

공정성까지 따져가며 학벌을 옹호한다. “대학에서 배우는 게 중요한 것도 있다. 대학에서만 배워야 하는 내용이 있다.” 하며 대학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대학에서 배워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학벌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 세력을 이룬 벌()은 늘 자기들이 이룬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 유지하려다 보니 변화에 적응하지 않았고, 새로운 시대에는 사라져버렸다. 재벌의 대표인 삼성도 직원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대부분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을 이룬 세력은 자기들 세력 이외의 무리에게 피해를 준다. 학벌은 소수의 특권층을 낳았고, 이는 국민 다수에게 피해를 주었다. 자기들 세력에 포함되지 않은 무리를 배제하는 방식은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 이런 방식은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름을 알아주는 대학 졸업생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개성의 인물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학생들, 청년들이 졸업한 대학 이름이 아니라 저마다의 독특한 능력에 따라 일하는 세상이 꼭 올 것이다. 채용 대전환, 학벌없는 시대가 온다를 읽고 준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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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말하다 - 비극으로, 희극으로, 동화로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오현미 옮김 / 비아토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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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

: 비크너는 독특한 사람이다. 고개를 기울여서 본다. 사람들이 보는 방식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 ‘삐딱한 그리스도인을 위한통쾌한 희망사전이라는 책 제목에 드러나듯이 꽤나 삐딱한 사람이다. 무뎌진, 뻔한, 변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낯선, 새로운, 뒤통수를 탁 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2. 독자

:진리를 말하다는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무엇이어야 하는지) 말한다. 이 책에서는 진리를 말하는 사람을 설교자라고 해석했지만,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면 누구나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다. 학생을 만나는 교사, 자녀를 기르는 부모, 누군가를 만나는 다른 누군가 말이다. 진리를 말하고 싶은 소명을 가진 사람 중에서 책을 좀 읽은 분에게 알맞다. 헨리 워드 비처(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쓴 해리엇 스토우 비처의 남동생) 이야기로 시작해서 리어왕, 선지자, 예수님을 넘나들다가 오즈의 마법사와 나니아 연대기로 이어지며 글을 썼다. 독특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하는 이야기라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3. 내용

: 비크너는 진리를 말하는 사람이 복음을 비극으로, 희극으로, 동화로 읽으라고 권한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에게 복음은 비극이고, 희극이고, 동화이기 때문이다. 복음을 필요로 하는 세상에는 비극이 있다. 리어왕의 공허한 외침처럼 외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이때 복음은 웃음을 준다. 예수님의 비유도 하나님의 농담에 가깝다. 무엇보다 복음은 동화에 가깝다. 꿈꾸는 듯한 이야기, 모든 시대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말이다.

진리를 말하다마지막 문단이 책을 요약하는 내용이다.

--- 설교자는 진리를 말해야 한다. 설교자는 소리 버튼을 꺼서, 세상이 전하는 침묵의 소식이 우리 귀에 들리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복음의 비극적 진실을 들을 수 있는데, 그 진실이란 하나님이 부재하시는 세상은 소리가 되울리는 어두운 허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복음의 희극적 진실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부재의 심연 속으로 스스로 임재하시되 있을 법하지 않은 방식으로, 늙은 사라와 아브라함 같은 가능성 없는 사람들에게 임재하시며, 때가 오면 어쩌면 빌라도와 욥, 리어왕, 헨리 워드 비처, 그리고 여러분과 나 같은 사람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릴 때까지 포복절도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교자는 희극이라는 수단으로써 압도적 비극을 설교해야 하며, 빛으로써 어둠을, 특별함으로써 평범함을 설교해야 한다. 너무 좋아서 사실일 수 없는 이야기로 말이다. 이건 사실일 리 없다고 일축해 버린다면 이는 그 이야기의 숨결, 눈물에 가까운 아니 눈물과 동반되는 그 가슴 뜀과 가슴 벅참까지 놓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숨결, 그 가슴 뜀, 그 가슴 벅참이야말로 진리에 대해 우리가 지니는 가장 심원한 직관이다. ---

 

4. 문장

얼굴에 거품을 잔뜩 바른 채 면도칼을 들고서 호텔 방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비처가 본 것은 자기 자신의 수치와 공포, 자기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 하나님의 심판보다 더 감당하기 힘들었을 게 분명한 심판, 곧 자기가 자신에게 내린 심판이었다. 이 심판이 하나님의 심판보다 견디기 어려운 건, 하나님은 자비로우신 데 비해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자비를 보이는 일에 그다지 능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10)

 

우리는 다 자기 칼에 베인다. 우리는 다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아니 바라건대 적어도 인간으로 존재하는 길에 있다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수고한다.(12)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은 침묵이다. 이는 귀 기울여 들으라고 우리에게 제시된 침묵이기 때문이다. (45)

우리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는 건 대부분 하나님의 부재 때문이다. ~ 하나님의 부재는 폭풍우를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아니, 하나님의 부재가 곧 폭풍우다. 폭풍의 눈이 하나님의 눈이고, 폭풍의 중심에 있는 그 고요와 텅 빔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목소리, 긴장해서 들어야 하는 세미하고 작은 목소리기 때문이다. (75)

 

동화에서는 절대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 영원히 행복하게 살지는 않으며,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이들은 자기 안에 있는 최상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이들이다. (131)

 

세상의 벽 너머에 있는, 슬픔보다 통렬한 기쁨이라니. 교회에서도 이 기쁨을 얼핏 보게 될 때가 있다. 비록 우리가 교회에서 기쁨을 너무 열심히 찾고 있는 탓에 오히려 교회가 도무지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법하지 않은 곳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138)

 

믿음은 이들의 최고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끌어냄으로써, 믿음은 그 자체가 목표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 큰 목표에 이르는 수단이 아니었음을 입증한다. (153)

 

 

5. 비크너 문장을 내 문장으로 바꾸기

유대인들은 아무 사고 없이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신중하게 처리한답시고 한 일이 빌라도에게 책임을 전가한 짓이다. 우리도 이렇게 한다.

이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예수는 메시아일 필요가 없이 그저 예수 자신으로 있어도 되었고, 가끔 술도 한 잔 나누며 그저 예수 자신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사로는 예수의 친구였고, 예수는 나사로를 사랑했다. 당신 곁에 이런 사람이 있나?

요한계시록의 천사는 새 이름이 기록된 흰 돌을 각 사람에게 주는데, 이는 창세 전부터 붙여진 참되고 감춰진 이름이다. 한 사람의 진짜 모습, 자기 자신이 되는 모습을 담은 온전한 이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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