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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을 위한 망상 - 박경리 新원주통신 나남산문선 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박경리 토지를 대학생때 읽고 마흔이 되어서 다시 읽었던 감동이 되살아난다.

이번에 <가설을 위한 망상>을 읽고는 <토지>의 감동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생명에 대한 연민과 살아가는 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눈을 뜬채로 견디어 나가는 것이 삶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으며 이런 작가가 토해내 듯 쓴 작품이 <토지>임을 다시 느꼈다. 작가가 말하는 용이, 월선이, 주갑이, 상현이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부분에는 근래에 쓴 수필들이 <Q씨에게>라는 제목으로 몇 편 실려있는데

작가가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태라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과 감성도. 원주의 한 대학가 호수에서 밤에 호수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철새가 밤새도록 호수를 날개로 치는 '천둥같은 소리'에 대한 증언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 이야기이며 이 이야기들이 <나비야,청산 가자>에 그대로 인물 속의 대사로 이어진다. 작가의 삶이 소설 속에 어떻게 용해되는가을 언뜻언뜻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는 것은 힘든 것이라고 계속해서 작가는 말한다. 나는 이 대목을 새겨서 듣고, 이러한 작가의 거듭되는 말이 내 마음에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대담자료.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문화를 죽음의 문화로 본다. 에로스, 그로테스크, 무철학을 일본의 특징으로 말한다. 그에 비해 한국은 투명한 것, 영원을 추구하는 문화로 본다. 통영갓, 바람에 날리는 한복치마, 고름, 남자의 두루마기, 그리고 하늘을 향하는 버선코, 용마루 등을 영원과 투명을 추구하는 우리 민족성이 반영된 예를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과 일본의 '원한'을 대조하여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박경리씨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토지>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앞으로 읽어볼 사람이라면, 그리고 자녀에게 오세영의 만화로 된 <토지>든, <청소년 토지>를 원작 <토지>든 권유할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보길 권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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