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의 지혜 - 삶의 갈림길에서 읽는 신심명 강의
김기태 지음 / 판미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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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입니까?"

"그 죄를 나에게 가져오너라. 내가 그것을 없애 주마"

"죄를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네 죄는 다 없어졌다."

 

 

승찬스님은 혜가스님으로 부터 이 말을 듣고 크게 깨우쳐 완전한 자유에 이르게 된다.

 

"신심명"은 승찬스님이 남긴 149구 584자로 이루어진 사언절구의 짧은 시문이다.

 

"무분별의 지혜"는 "신심명"의 사언절구를 해석하고

저자가 그동안 겪어온 경험담과 버무려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저자가 궁금해진다.

 

저자는 내면의 목마름을 견디지 못해 대관령에서 목부로, 수도원의 수사로,

공사판의 막노동꾼으로, 배 타는 선원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본문에는 단식을 했고 관법(觀法) 수행을 통해 "갑작스런 앎"에 도달했다고 한다.

저자의 이와같은 범상치 않은 이력은

신심명에 대한 깊은 철학적 해석을 기대하게 한다.

저자는 신심명을 주로 노자 도덕경, 때론 성경, 그리고

그 동안 저자가 개설한 강의에서 만난 수강생들의 고민을 해결한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노자의 가르침은 일정 부분 불교의 가르침과 비슷한 점이 있으나 다르다.

또한 저자가 신심명을 통해 수강생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은

강신주 님의 "다상담"에서 현대인의 지친 일상에 대한 상담 내용에 비하면

미흡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저자가 제시한 해법으로 고민을 의뢰한 사람들이

문제를 잘 해결하였으니 깊은 내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리라.

하지만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오히려 "신심명"에 대한 깊은 가르침을

 

좀더 고민하고 깊이있게 전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0과 1의 디지털 세계에서 "가려서 택하지 말라(唯嫌揀澤)" 는

신심명의 분별하지 않는 지혜를 평범한 사람이 깨닫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잘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 신심명의 73수 "언어의 길이 끊어진다.(言語道斷)"에서

말하듯 언어는 하나의 방편으로 존재하며 깨달음은 그 너머에 있기 때문이리라.

신심명 그대로 많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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