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시끄러워야 한다 - 아이들 곁에서 함께한 35년의 기록
김명길 지음 / 양철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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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다는 것, 교사라는 것. 처음 교단에 서게 될 때에는 시간이 흐르면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다보면 전문성도 생기고 아이들도 더 잘 다루고 가르치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거의 이십년이 지난 지금, 사실 아직도 어렵다. 난 진정한 선생인가.

이 책은, 35년간 평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만나면서 틈틈이 글을 써온 것을 모은 것이다. 단지 아이들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나 성공담이 아니다. 삶으로 가르치고 살아온 그 자체를 진솔하게 쓰셨기에 읽어가는 페이지마다 선생님의 진심을 헤아릴 수 있었다.

 

1부는 교직 생활 동안 마음에 남는 아이들의 사연을 모았다. 이랬구나, 아이들 한명 한명이 이렇게 이야기를 갖고 살아가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처음 부임했던 학교도 가난한 시골 마을이었다. 한명 한명 가정방문을 하면서, 아이들의 어려움을 몸소 보고 느끼며 가슴 아파하기도 했고, 아이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대물림되는 어려움을 보면서 좌절을 하기도 했더랬다. 지금 그 아이들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처음 맡았던 아이들은 삽십대 중반을 넘었기에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키우고 있을텐데. 다들 한창 일하며 바삐 살고 있겠지. 몇 아이들은 가끔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어서 사진으로나마 얼굴을 보긴 했는데, 연락이 안 된 아이들이 더 많다. 그 때 나도 아이들을 주제로 일기도 쓰곤 했었는데, 지금 그 글이 어디 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2부는 학교가 바뀌어야한다는 제목으로 학교의 행정과 시스템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쓰셨다. 하나하나 공감되는 것들이 많았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관행과 습관들이 있는 것 같다. 초임교사 시절, 그 관행에 나도 모르게 젖어들지 않도록 조심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나도 그 관행과 타성에 물들고 있지는 않은지, 책을 읽어가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3부는 이 시대에 교사로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 선생님의 철학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셨다. 마지막 꼭지인 퇴임사를 읽을 때에는, 과연 나는 교단을 떠날 때 동료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였다. 정년퇴직을 할 때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아쉬워하고 축복하는 분을 사실, 아직 만나뵙지 못하였다. 평교사로 퇴직하는 분들은 왠지 초라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교감 명예 승진이라는 명목으로 퇴직하기도 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어느새 이십년 가까이 교편을 잡고 있으며,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이 있다. 날마다 마주치는 보석 같은 아이들과의 시간을 글, 사진으로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오늘은 졸업한 아이들 졸업앨범을 슬쩍 들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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