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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주세요! - 좌충우돌 항공사 직장생활 이야기
황병권 지음 / 푸른영토 / 2023년 4월
평점 :
저자는 평범한 사람이다. 금수저와는 애초에 거리가 멀고, 화려한 스펙이나 인맥보다는 기성세대 특유의 오기와 묵직한 책임감으로 그저 남보다 조금 더 열심히 회사에서 버텼다는 이야기를,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진솔하면서도 웃픈 경험담으로 풀어낸다.
책은 직장으로서의 항공사, 일견 화려해보이는 그 세계 속 멋진 유니폼 입는 승무원들의 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스탭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공항과 본사를 오가며 지상의 일개미들이 일군 땀내나는 사연들을 읽노라면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조는 직장인의 일상이란 참 다르면서도 닮았구나 싶다. 사소한 사건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진상손님 컴플레인 받으랴, 항공기 지연 막아내랴, 동분서주 고군분투하는 대목은 난중일기가 따로 없다. 일상이 여행일 것 같고, 때론 부러움과 시샘을 사는 해외주재원의 삶, 당연히 여유로울 거라 생각했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모 부장'의 삶이 일구어지기까지, 그 진한 고단함이 가득 느껴져 짠하면서도 묘하게 먹먹해진다.
왜 내 수하물만 늦게 나오고, 왜 기내라면은 유독 맛있는지 풀어낸 Q&A도 흥미롭지만, 오히려 지극히 뻔한 잔소리인 '회사생활 어드바이스'에서 전해지는 힘이 더 강하다. 강산이 두번 변하는 걸 한 회사에서 목도해낸 작가의 결론이 '결국 모든 건 애정과 진심'이라 매듭짓는 대목은 작은 울림을 준다. 정글같은 회사에서 실컷 뺑이치고 구르고 아파보며 생계를 꾸렸다는 라떼의 변, 일하고 월급받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아는 사람인 걸 알아서일까. 아프니까 청춘이고 어쩌고 하는 여느 베스트셀러들의 영혼없는 울림보다 더 오래 곁에 두고, 종종 들춰보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