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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송곳니 ㅣ 뉴온 2
조성희 지음, 이로우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9월
평점 :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지금은 자꾸 나를 뒤로 밀어 내는 것만 같다.
내가 사람이 아니라니,
나는 다시 한번 두 눈을 꼭 감았다.
흡혈귀라는 사실이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다.
세 개의 단편 동화집. 먼저 주인공을 살펴볼까. (주의: 스포일러 포함)
<빨간 송곳니> : 아파트 19층에 사는 소녀 연아.
<우리 집에 놀러와> : 얼굴색만 봐도 기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친구를 둔 소년 루리.
<미로 찾기>: 아주 바쁜 엄마아빠를 두고, 공부 잘 못하고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소년 우석이.
우리 반에 한 명쯤, 우리 아파트에 열 명쯤 있을 것만 같은 주인공들이다. 저게 전부라면 말이다. 하지만, 실은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비밀 한 가지씩 있다.
연아는 흡혈귀, 루리는 외계인 친구, 우석이는 물건을 돌로 만드는 능력!
이런 친구들이 주위에 있다면 어떤 인생이 될까? 평범하지만 특별한 인생? 다른 친구들이 각자의 비밀을 알게 되면, 과연 그들을 똑같이 운동장에서 놀고 나란히 앉아 급식을 먹는 사이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본인의 의지든 부모님의 탓이던 그 사실을 안 순간부터 피하고 같이 놀지 않는 존재가 될까?
조성희 작가님 글에 나오는 세 친구들은 다행히 그들의 존재를 그대로 용납해주고 이해해주는 가족 혹은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을 더 사랑하고, 자신의 능력 또한 소중히 다룰 줄 알게 되었다. 자신은 다를 뿐,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인정받은 그들은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운 관게를 맺기로 한다. 어떻게? 내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는 재원이에게 나도 '네 여자친구 할거야'라고 당당히 소리친다. 마당 아래 땅 속에 살던 외계인 친구를 자신의 방 아래에 두고 돌봐준다. 가족과 친구 사이에 세운 벽들을 천천히 없애고, 자신의 기분이 돌 같은 날에는 '날 안아 주세요'라고 말하기로 결심한다. 주인공 어린이들이 먼저 초대장을 보내거나 초대를 받아들이고, 대답을 하고,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결국 새롭게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멋진 아이들이라니! 나도 이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다. 이 어린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