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수학처럼 답이 있다면 -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수학 모델 12
하마다 히로시 지음, 안동현 옮김 / 프리렉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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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다. 인생에도 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결정할 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음식메뉴 고를 때부터가 난제다) 그런데 만약에 결정을 나 대신 해주지는 못해도 도와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숫자라면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숫자로 표현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감정이나 현상까지도 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 있다.


인생에도 수학처럼 답이 있다면. 줄여서 '인생수학'


총 12가지의 사례를 들어 사회 현상을 풀어내는 수학 모델을 설명하고 있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가 많다.


1 거짓 응답 속 진실, 알아낼 수 있을까?

2 거울아 거울아, 내가 연애를 할 수 있을지 알려줘!

3 취업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이것'을 많이 하면 된다?!

4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일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5 두껍아 두껍아 확률 계산할게, 내 집 다오.

6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의 아르바이트생 배치 방법은?

7 매출 상승의 진짜 이유를 알려면 무작위화 비교실험이 필요해!

8 우연이 아닌 필연, 차이는 달라진 변수에서 나온다!

9 당신이 읽고 있는 그 상품평, 믿을 수 있습니까?

10 0원 좋아, 공짜 좋아.

11 눈치싸움, 감정이 아닌 분석으로 승리하자.

12 부자가 되는 방법, 내 손안에 있소이다.


걔 중에서 관심갔던 사례들을 진하게 표현해봤다. 1번은 설문지와 관련한 사례다. 4번은 항상 끝까지 뒤로 미루기를 시전하는 나와 어딘가에 있을 내 동지들(?)을 다룬 이야기고, 8번은 디자인 변경 등을 통한 마케팅 A/B테스트와 관련한 사례다. 9번과 10번은 제목 그대로, 12번은 소득과 베팅에 관해서다. 처음에는 챕터를 골라서 읽으려고 했는데 갈수록 좀 더 수식이 복잡해지는 느낌이라 차례대로 읽었다. 나는 확률과 통계를 좋아했어! 이런 분들이라면 골라서 읽을 수 있을지도. (난 아니다) 챕터의 끝에 내용정리가 나오는데 덕분에 이해가 완벽히 되지 않을 때에도 그 부분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취준생들은 취업 성공 확률이라는 챕터3의 사례에 가장 관심이 있을 수도 있겠다. 스포일러려나 싶지만 답을 알려드리자면 90% 이상의 확률을 얻기 위해서는 45개 이상의 기업에 접수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각 기업들의 기업 당 채용 확률이나 개인의 직무적합성(NCS같은?) 이런 것들까지 적용한 것이 아닌 매우 간단한 수식을 통해 나온 결과값이다. 왜 그런지는 책에서 확인하시길... :)


"그녀는 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기운이 빠지곤 했었다.

그러나 모델을 통해 객관적으로 떨어질 확률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이해한 결과,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단지 확률적으로 그런 것으로 생각하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참고로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바다'는 취준생이다.


목차와 간단 정리만 했는데도 글이 길어지는 것 같다. 관심 가는 사례 전부 다 적어두기에는 양이 많을 것 같고, 느낌상 취업 성공 확률을 얘기했던 것처럼 스포일러 같아서 (...) 가장 와닿았던 뒤로 미루기의 원리에 관한 수학 모델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항상 뒤로 미루는 나를 위한 수학 모델


왜 항상 미루게 될까. 마감일이 다가오면 자고 싶어지는 이유는 왜일까. 책 중 인물처럼 졸업논문 같은 것들이 다가오면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왜 다른 것이 더 하고 싶어지고, 논문과 관련한 책 한 권 들기가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바다 : 복잡한 식이 아니더라도 뒤로 미루게 되는 이유는 알아. 귀찮으니까.

수찬 : 아니, '할 마음'을 몇 개의 요소로 분해하면 '할 마음'을 이끌어 내는 방법도 알 수 있게 돼."

뒤로 미루기의 원리 中


책에서 말하는 할 마음의 요소라는 건 4가지다.

분모에는 충동성과 마감까지의 시간이 있고, 분자에는 달성확률과 가치가 있다.


여기서 이해가 선뜻 되지 않는 단어는 충동성과 가치일 것이다. 가치부터 알아보면, 여기서 가치는 가장 와닿기 쉽게 금전적인 가치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수식이 여럿 적혀 있어서 더욱 와닿는데 (내 돈...) 글로써만 설명하자면 논문을 못 쓴다 - 1년 딜레이가 된다 - 취직도 늦어진다 - 당연히 그만큼의 연봉을 못 받는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1년이 늦어지면 당장 연봉이 아니라 내가 정년퇴직할 때의 연봉이 문제다. 그 때는 매우 고소득자가 될 것인데 (가정)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정말... 책에서는 그 금액을 1억원이라고 보고 있다.


충동성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욕구의 강도를 의미한다. 심리학에서는 충동성이 2배 높은 사람의 경우 마감 시간이 반 이하로 남았을 때 비로소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분모에 들어가있나보다. 이때 게으름을 피우면 남은 기간동안 하루에 몰리는 작업시간은 당연히 늘어나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뒤로 미루기의 달인인 나와 내 동지들은 언제쯤 일을 시작할까.


시간할인인수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그와 유사 단어로 시간할인인자가 있다. 경제학용어인 듯 한데 의미는 비슷한 것 같다. 매일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시간할인인자는 '현재 소비하는 것보다 미래에 소비하는 것을 얼마나 더 선호하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수치가 커질수록 현재소비를 줄이고 미래소비를 늘리게 된다.' 책에서의 시간할인인수는 현재 가치에 대한 미래 가치의 비율을 뜻한다.


이리저리 수식을 더해보고 곱해보고 계산해보면 마감기간이 10일 남았다고 가정했을 때는 5일째부터 시작할 거라고 1차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우리 심리가 또 그렇지가 않지.


내일이 되면 다시 내일로 미루자는 마인드가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이때 책에서는 데이비드 레이브슨이라는 경제학자가 고안한 준 쌍곡선 할인 모델이란 걸 활용해서 2차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


"수찬 : 8일째가 되서야 비로소 책상 앞에 앉는 거지."


책의 흐름에 따라 정신을 맡기고 나면 나오는 결론이 놀라울 따름이다.

뜨끔하기도.




이렇게 하나의 사례만을 적어보았는데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것은, 사회현상이나 행동을 모델화시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저자의 이력이 사회학 박사에 수리사회학 교수 재직이던데 무작정 따분하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회학이 이런 학문이었으면 나도 한 번 도전해봤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등에 관심이 있어 겉핥기로 R 스튜디오도 설치해봤지만 그때는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그저 분석하는 데에 지나지 않았다. 엑셀 함수를 제대로 모르니 R 스튜디오를 쓰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진짜 데이터 과학은 여기에 있었다. 단순한 분석을 넘어 현상을 이해하는 것, 그렇게 정성적인 부분을 정량적인 부분으로 바꿔 설명하는 것. 이게 데이터 공부의 시작일 것 같다.




참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식을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설명하는 글을 보며 이게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게 첫 번째이고, 이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수학 모델로 확장시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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