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의 디테일 - 하고 싶은 말을 센스 있게
강미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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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들어 어느 한 친구에게 하소연을 자주 듣게 되었다.

그 친구의 일상 생활도, 직장 생활도, 쳇바퀴 구르듯 변화가 없어서 매번 같은 이야기를 수십 번째 하고 있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 말하는 이도 지치고, 듣는 이도 지쳐 그 친구와 만나는 약속이 더 이상 기대가 되지 않게 된 순간, 알게 된 책이었다.



헛헛하고 공허했다.

책장을 열자마자 나온 문구였다.

누군가 내 머리를 한 대 탁 친 느낌이 들었다. 아, 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는 생각.

대화라는 것이 항상 생산적일 수는 없지만, 이만큼 공허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래서 더 끌려서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너무나 많고,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지... 하고 넋두리하듯 에버노트에 글을 적다 보니 길지 않고, 쉽게 읽히는 책임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먼 곳 회상..)

아래는 위 문장에 이어진 문장들이다. 이상하게도 울컥했다.



나도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나도 내 얘기를 하고 싶었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 말을 끊어보고 싶었다. 거절할 때 미안해하지 않고 쿨하게 말하고 싶었다. 배려하는 말만 하며 웃고 들어주던 나는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p.10 <말하기의 디테일>


책의 챕터는 4개로 구성이 되는데,

나를 알고,

나를 더 아끼고 집중하기 위해 거절하고,

나의 사람들에게 조금 더 분명히 나를 이야기하고,

처음 만나는 타인과도 자연스럽게, 센스있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첫번째 챕터에서 얘기했던 눈치와 자신감에 대해서,

그리고 세번째 챕터에서 타인과의 갈등과 나를 노출하는 모험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파트가 인상깊었다. 전자는 조금이나마 내 사고의 확장을 건드려준 이야기이고, 후자는 내 경험이 진하게 묻어있어서 그럴 테다.

▶눈치에 대하여.

'눈치는 있지만, 눈치 보지는 않는 사람'

아마 모두가 원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 자주 들어왔던 말들을.

"눈치가 빠르구나!"

"눈치 좀 그만 봐!"

"눈치가 없어!"

"눈치 보지 말고 살아"

정말 눈치란 단어가 다양하게도 쓰인다 싶었다.

사실 말을 들을 때만 인지했지, 그 이후로 눈치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눈치가 빠르단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눈치 좀 그만 보라고 하면 그걸 어떻게 그만 보냐 하는 속마음이 먼저 들고, 눈치가 없다고 하면 속이 상하고, 눈치 보지 말고 살아라고 하면 아까처럼 어떻게 사는데...가 나온다.

눈치 보지 않고 살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저자는 말한다.

눈치는 관계에서 수시로 필요한 것이기에,

눈치의 여러 기능 중에 긍정적인 부분을 내게서 키우면 된다고.

'눈치가 있다는 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센스가 있다는 것이고, 눈치를 안 본다는 건 내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으면서, 내 마음도 잘 표현할 수 있으면 '눈치는 있지만, 눈치 보지는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 p.25

눈치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물론, 눈치 있네=센스 있네가 될 때 누구나 그게 칭찬이고 좋은 반응이라는 것을 알지만, 눈치라고 단어를 따로 뗴어놓고 생각했을 땐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아닌가. (나만 그러나)

그래서 이 말은 좀 더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신감에 대하여.

'준비가 된 만큼, 연습과 반복과 숙련이 된 만큼 생기는 것이 자신감이다.

스피치 교육을 할 때 자신감이 없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가지세요!'라는 말을 쉽게 해왔던 나를 반성했다. 자신감은 마음만을 바꾼다고 갑자기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방송을 10년 했으니 당연히 사람을 만나고 말을 하는 것에 있어 자신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p.35

마찬가지다.

주변인들에게 나 또한 자신감을 좀 가지고 얘기해도 될 것 같은데? 하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건 여러 번 그 상황에 부딪치며 무의식적으로 반복 연습을 해왔거나 철저한 준비를 했던 경우가 대다수였다. 무작정 자신감을 가지라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같이 준비를 도와줘야 했고,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나라도 붙잡고 예행(?) 연습을 해보라고 말을 건넸어야 했다. 그들에게 조금 더 깊게 다가섰어야 했다.

사실 지금에 와선, 이렇게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들 자기 일을 잘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다가가서 도와주고 진심을 다하는 것이 좋은 일임을 알지만 그 또한 부담스러워 할 사람이 있고 그렇게 세세하게 신경써야 할 것들을 점점 더 알고 나니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무작정 뛰어들 수 있을 때 알았다면 그랬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대망의 챕터. <갈등이 싫어서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있다면>

'그들은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다가 한계에 달하면 관계를 포기하거나, 떠나거나, 불같은 분노를 보인다. 그런데 평소에는 말없이 참기 때문에 상대는 불편한 마음을 전혀 모르다가 감작스러운 반응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온순한 사람인 듯했다가 한순간에 관계를 끊어버릴 수도 있는 무서운 사람으로 느껴진다.

참고 참다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연인, 상사의 만행에 찍소리도 안 하고 참다가 어느 날 사표를 내미는 직원, 참고 살다가 갑자기 폭발해 그동안 쌓인 것을 모두 토해내는 배우자 등. 이런 사람들의 극적인 행동에 상대도 놀라 상처를 받게 된다.' p.134

뭐야, 이거 그냥 내 얘긴데?

나는 기본적으로 좀 참는 편이다. 인내가 탑재되어 있다고 할까.

그런데, 그거 굉장히 안 좋은 습관이었다. 화병나는 지름길이었지.

참지 말고, 그때 그때 풀었어야 하는데 (직접 말을 하든,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든)

여전히 잘 안되고 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다시금 마음을 잡아 다행이다.

그런데 몰랐던 점은, 이거다.

상대도 놀라 상처를 받게 된다. 라는 점.

나는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해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행동을 취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에 실망하고 그게 쌓이다 분노한 것이 아닐까. 앞서 말했듯 나는 인내심이 나름 좋은 사람이라 (좋은 뜻은 아님) 그들 눈에는, 엄청난 센스나 눈치가 없다면, 보이지 않았을 터다. 그래서 당혹스러웠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무서웠을 것이고, 종내는 인연을 끊어버리는 선택까지 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참는다는 것이, 그래서 내린 선택이 남에게 이렇게까지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중간 중간에 오히려 티를 낼 것 그랬다 싶은 생각이 든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 외에도 내 마음에 와 닿는 게 많아서,

떠오르는 이야기가 많아서 에버노트에 저장한 글자 수만 7000자가 넘는다.

(A4 한 장 꽉 채우면 1500자 정도라고 하니, 5장쯤 되겠다)

이렇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에게는 가치가 있었던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셀프코칭노트가 있다. 자기점검표와 같은.

바빠서, 피곤해서 항상 스치듯 안녕을 해왔다면,

한 번쯤은 멈추고 나에 대해 짧게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심심풀이로 돌아다니는 MBTI 성격유형 검사처럼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


그래서 결론은,

처음에도 언급했듯 그런 공허함처럼,

나와 같은 마음을 느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저자와 내적 친밀감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좋은 거겠지..?)

그런 공허함이 아니더라도 무엇해라, 무엇해라! 하면서 강하게 이야기하는 대화의 기술 책들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부드럽게 읽고픈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적합할 것 같다.

말하자면, 에스프레소보다는 카페라떼같은 책이다. :)

다들 우유의 부드러움을 맛보실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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