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을 읽을 권리 - 작품이, 당신의 삶에 말을 걸다
한윤정 지음 / 어바웃어북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작을 읽을 권리˝(한윤정)
소설가 김연수는 산문 ‘소설가의 일’에서 책은 집필이 완성되는 순간부터 독자들의 손에 들려지는 순간까지 시간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독자들로부터 잊혀져가는 책들이 있는가하면 어마어마한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오늘날 명작의 칭송을 받으며 장서를 차지하고 있는 고전들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작가는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추고 역사의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지만 그들의 작품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성장을 거듭해간다.
이처럼 다른 작품을 잉태하는 그들의 작품에는 어느덧 명작이라는 칭호가 붙는다.”라는 저자의 말은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명작은 시대를 반영한다. 아무리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아무 준비 없이 작품을 향해 나를 감동시켜 보라는 듯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향하는 것은 난폭한 강요와 같다.
본서에서 말하는 “위대한 개츠비”를 쓴 피츠제럴드의 시대 역시 미국의 황금시대를 비약하며 그 속에서 처연하게 삶을 마감 했던 주인공의 삶의 궤적을 통해 이후 미국에 닥쳐올 대공황의 큰 시련을 예견한 듯한 인상까지 느끼게 한다. 이처럼 작품의 배경은 그 작품을 여전히 살아 숨쉬게 하는 동력이다.
특히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은 조지오웰의 “1984”와 이를 변주하여 만들어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비교하며 설명하는 부분이다.
1984의 빅브라더가 1Q84의 폭력적인 광신도의 집단으로 변형되어 나타나며 오마주하는 부분은 두 소설을 다시금 책장에서 꺼내 읽게 만드는 주석이기도 하다.
“텍스트는 게으른 기계와 같아서 제가 할 일을 독자에게 나누어 주려한다”는움베르토 에코의 말과 같이 독서행위는 텍스트를 창조한 작가의 행위와 이를해석으로 재창조하는 독자의 집단창작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와같은 창작의 방식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해석으로 독자가 방향을 잡는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의미가 있다.
이처럼 작품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창작은 독자, 즉 명작을 읽을 권리를 가진 독자를 통해 다시금 세상에 빛을 보는 것이다.
명작을 통해 우리는 지금의 나와 작품속의 주인공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지금 이 시간 지구반대편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의 어린이들의 죽음이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문학의 힘이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서 발견되는 저자의 목소리는 타인의 고통을 향한 나의 연민을 넘어 나의 안전함에서 발견되는 부채를 발견하라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