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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기쁨 -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프랭크 브루니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30년 경력의 <뉴욕 타임즈> 저널리스트인 저자 프랭크 브루니는 어느 날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된다.
대형 병원을 오가며 온갖 검진과 시약 테스트를 견디며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자신의 상황에 낙담한다. 연인과 헤어지고, 혼자임을 견디고, 불편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마주치며 앞으로 끝없이 이어질 불편함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우울해 한다. 그러나 그는 직업 특성상 마주했던 수많은 친구, 동료들 중 자신처럼 신체적 불편함 혹은 아픔을 가진 이들과 만나고 대화하며 삶의 새로운 국면을 진심으로 반기게 된다.
📚 나는 내면에 자리한 건설적인 충동과 파괴적인 충동의 혼합물, 경쾌한 결단과 묵직한 슬픔의 혼합물을 체로 거르는 방법, 어느 주어진 순간에 어느 것이 우선할지 예측도 통제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p.196)
평생 가진 줄로만 알았던 것을 영영 잃은 후의 모습은 어떨까? 처음부터 초연하게 상황을 타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이 책은 저자를 포함해 수많은 그의 친구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생의 필연적인 굴곡에 따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말해준다. 누구는 절망할 수 있고 누구는 예견된 미래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처럼 책 속 인물들은 어려움을 겪은 이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 저자인 브루니는 한쪽 시력을 잃은 후 엘레베이터의 문이 정확히 어느 타이밍에 열릴지 예측하고, 오히려 시력이 좋을 때보다 더 밤길에 능숙히 조깅할 수 있게 되었다. 시력을 잃은 후 그의 뇌가 시력 대신 다른 부분을 발달시킨 덕분에 이러한 설명하기 힘든 감각을 얻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마음이 부서졌다고 말하는 것은 마음이 부서져 열렸다는 것과 아주 가까운 말이라고요.“ ... 하비브의 부서져 열린 마음은 생각의 최전방에 이러한 질문들을 가져왔다. ”나는 진정한 기쁨을 경험하고 있는가? 이것은 내가 걷고 싶은 여정인가?“ (p.354)
📚 나는 내 몸의 불완전함과 화해했다. 만일에 대비한 계획들도 세웠다. 그리고 내 몸은, 그 과정이 얼마나 어색하든 얼마나 아프든, 내가 가야 할 곳에 나를 데려갔다. 몸은 나를 데리고 세상을 헤쳐나갔다. (p.395)
우리는 필연적으로 약해진다. 어느 순간엔 반드시 아프고, 지치고, 연약해지고, 무언가를 박탈 당할 수밖에 없다. 노화로 인한 자연현상이든 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움이든.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 속에 매몰되지 말고 나의 변화로 인해 새로워진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적응하는 것도 삶을 꾸리는 하나의 방법이겠다. 물론 쉽지 않고 때로는 다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의 삶이 끝나는 게 아님을 항상 되뇌어야 한다. 단순히 신체적 장애를 얻은 상황 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영구적인 상실로 익숙하던 삶이 끝났다고 느껴질 때, 그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내가 몰랐던 인생의 다음 챕터를 열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지 모른다.
📚"진실은, 우리 모두 세상이 흔히 아는 것보다 거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p.179)
힘든 시련이 있을 때 내가 견디는 방법은 일기 작성이다. 내 마음과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방향을 잃고 주저 앉은 것만 같다가도 내가 진정 원하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 지점에서부터 다시 나만의 방향을 설정하고 두렵더라도 나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