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이영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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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서툰 두 남녀가 주고받는 느슨하고 어설픈 속박!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만화 같은 순정소설 『아날로그』. 저자에게는 순탄치 않은 성장과정에서 어머니와 얽힌 유명한 일화들이 많은데, 그 감동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본격 문학의 문장미는 없지만 웹소설 만큼이나 빨리 읽히고, 스토리와 플롯, 캐릭터가 완벽하며, 천재 감독답게 감정선을 건드리는 노련함이 압권이다. 감독 스스로 영화화를 공언한 작품으로, 중간중간 콧날이 시큼해지는 감동이 있고,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도쿄의 건축디자인 사무소에 다니는 사토루는 요즘 사람 같지 않다.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 디지털기기 사용이 전혀 달갑지 않은 30대 독신남이다. 요양원에 홀로 있는 노모가 늘 걱정이지만, 퇴근길에 오랜 친구의 시답잖은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한잔하는 것이 유일한 낙.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카페 ‘피아노’에서 신비로운 여성 미유키를 만나 한 순간에 마음을 빼앗기고, 서로 연락처도 나누지 않은 채 목요일 저녁마다 만나기로 약속한다.

급작스런 업무와 출장으로 몇 주 째 그녀와 만나지 못하자 애절한 마음은 더해가고, 출장 중 날아든 노모의 비보. 실의에 빠진 사토루는 다시 만난 미유키의 품에서 어머니 같은 따뜻한 정을 느낀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그녀에게 점점 빠져드는 사토루, 오사카 전근을 앞두고 프러포즈를 결심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미스터리의 여인 미유키는 대체 왜, 그날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토루는 영혼의 동반자 미유키와의 사랑을 끝내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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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있는 간략한 책소개가 이 책을 잘 설명한것 같다.
'무색소 저염식 순애소설'
기타노 다케시라는 사람은 책이나 영화를 보면 성적인 부분에 꽤나 개방적인 사람으로 보여서 이 책도 그런류일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순수 그 자체였다.
제목인 아날로그의 의미가 주인공 남녀가 디지털을 좋아하지 않고 옛 것, 옛날 방식을 좋아해서 제목이 아날로그 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들의 만남 자체도 매우 아날로그 적이다.
아날로그 적으로 만났기 때문에 순수하게 연애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첫 눈에 반한다는게 어떤 느낌일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같이 설레고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사는곳도 번호도 메일주소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얼굴과 이름만 가지고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그들의 만남이 데이트가 너무나도 순수하게 느껴졌다.
디지털시대가 되기전엔 학교가 끝나고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약속을 따로 잡지 않아도 놀이터에서 만나는게 당연한 일과처럼 당연한 약속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아이들이 어울려 놀던 그때가 생각나고 좋았다.
지금처럼 스마트한 삶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각박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카톡으로 문자로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지켜지지 않을 다음에 꼭 보자~ 라는 약속으로 연락을 끊는다.
이런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연애를 하는게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달까
내가 이런 연애를 한다면 과연 달콤하게 만남을 지속할수 있을까 답답하거나 화가 나진 않을까
하지만 주인공남녀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설레어하며 만남을 가지고 육체적인 관계조차 없는 이 아날로그적이고 심심한 저염식인 만남에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토루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마지막까지 아날로그적인 순애보의 이 남자는 결국 디지털을 받아드림으로써 그녀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끝이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 같았으면 정말 상상도 못할 만남과 연애의 지속이라니 주인공남녀도 이런 심심한 연애소설을 쓴 기타노 다케시도 다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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