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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교토
최상희 지음 / 해변에서랄랄라 / 2019년 5월
평점 :
수집하듯 해변에서랄랄라의 책을 사고 있다.
오키나와, 치앙마이, 북유럽, 홋카이도, 제주도.
제주도에는 몇 번 가봤지만 책에 나온 제주도는 내가 가봤던 제주도가 아닌 것 같았다. 책을 들고 책 속에 나온 곳들을 부지런히 다녀봤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들. 책과 내 여행 궁합은 제법 잘 맞았다.
치앙마이는 <치앙마이 반할지도>를 읽고 처음 알았다. 이런 곳이 있구나. 책에는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다. 지난 겨울 책을 들고 치앙마이에 다녀왔다.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던 책 속 사진이 내 앞에 그대로 펼쳐졌다. 그곳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이 책 속 구절과 너무 비슷해서 기분이 묘했다. 숲속 베이커리, 이너프포라이프, 호시하나, 고양이와 시장들. 너무 좋았다. 책은 내 취향 잘 아는 믿음직한 가이드이자 나랑 마음 딱 맞는 다정한 친구 같았다.
다른 도시들도 언젠가는 가봐야지. 해변에서랄랄라 책들은 자꾸 여행 가고 싶게 만든다.
이번엔 교토다.
교토는 한 번 가본 적 있다. 몇 년 전 겨울, 오사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 왔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청수사와 금각사를 빠르게 돌아보고 가보고 싶던 카페 한 군데를 찾아 헤맨 끝에 들러보고 허둥지둥 오사카로 돌아왔다. 겨울이라 해가 짧았다. 그때 내가 교토에 대해 느낀 것은 사람 많은 삼청동, 인사동 같은 곳이구나. 한 번 왔으니 다시 올 일은 없겠구나. 그랬다.
역시 나는 교토에 갔지만 교토를 보지 못하고 돌아온 것 같다.
이 책을 넘기니 가만가만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까슬한 다다미 바닥에 누워 수박을 먹고 양갱과 금붕어 어항 모양 화과자를 먹고 싶다.
숲속에서 열리는 책 축제도 가고 싶고 천 년된 떡집과 여행의 여신이 있다는 튀김집도 가고 싶다. 은하수를 먹는 듯하다는 과묵한 셰프의 복숭아수프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이렇게 여름 한 철 머무는 여행. 지금은 꿈일 뿐이지만 언젠가는, 이라고 꿈 꿔본다.
너무 예쁜 책. 너무 여행가고 싶게 만드는 책.
이번 여름에는 이 책을 들고 교토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