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한낱 인간에 불과합니다. 연약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 바울이 아니라 하나님의 종이요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레데교회를 사랑하는 한 형제인 동시에 반드시 듣고 순종해야 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입니다. 하나님이 그를 종으로 세우셨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그를 사도로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회 공동체가 이런 권위를 부여해서 말씀을 전할 수 있도록 세웁니다. 공식적으로 ‘안수’의 절차를 거쳐서 세움을 받기도 하지만, 공동체가 그 자격을 인정해서 허락하면 누구든 영적 권위를 갖고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서 가르치며 권할 수 있습니다. 바울의 역할이 그레데 섬의 교회가 온전하게 서는 데 중요하다면, 우리 시대 공동체 역시 함부로 권위를 부여하지 않아야 하며, 혹은 권위를 남용하는 자에게 관대하지 않아야 합니다. 겸비하면서도 위엄 있게, 온유하면서도 담대하게, 사랑 가득하면서도 예리한 말씀의 사람을 세워야 합니다.
교회는 이 말씀의 권위를 사수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아니,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거짓 가르침과는 피를 흘리기까지 싸워야 합니다. 지도자는 하나님의 말씀이 성도들의 귀에 권위 있는 말씀으로 들리도록 참 많은 것을 절제하고, 또 신중하게 말하고 처신해야 합니다. 가장 강력한 증인(證人)은 증거(證據)가 있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사도적 사명을 잘 감당하려면, 특별히 사역자가 이 사명에 충성하려면 자기 안에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 진리가 이미 여기에서도 ‘실재’(實在, reality)한다는 것을 그는 스스로 드러내야 합니다. 그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예수 안에서 이미 여기에서도 실현되고 있음을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도적 교회와 말씀의 사람들의 존재 방식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