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꺼내 놓은 비밀들이라는 부제처럼 8인의 작가들이 각자의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면 혹은 비밀들을 써내려간 에세이집이다. 왜 하필 복숭아라고 표현을 했을지 궁금했는데 알라딘의 책소개에 이렇게 써져있었다 "여름을 상징하는 탐스러운 과일인 복숭아는 한편으로 쉽게 무르는 성질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아 그렇구나,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점이지만 그게 나 자신이니까. "나의 단점, 나의 비밀. 그렇지만 알고보면 복덩이"  이 표현을 보고 책의 제목에 대한 이해가 확 다가왔다.

​​

"외롭게, 약간의 허전함을 머금은 채. 하지만 그걸 티 내지는 않으면서 조금씩 어른이 됐다."

"이번엔 뭐에 매달릴 거니, 네 곁에 뭘 두어야 안심할 거니. 그동안 나는 대상만 달리해봤을 뿐 줄곧 나를 채워줄 것을 찾아 헤맸다."

각 에피소드를 읽어가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아마도 각 내용에 나오는 저자들의 단점들이 나도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 있기에 나도 이랬었는데 하는 공감이 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지만 싫다>, <영해영역 7등급> 에피소드를 보며 느끼는 점이 많았다.

 

그 중 <영해영역 7등급>이 공감이 갔던 이유는 이두루 작가님처럼 영상매체를 멀리하기는 커녕 초등학교 시절에는 투니버스 채널을 밤새도록 시청하고, 중학교를 거쳐 현재까지는 각종 외국드라마와 영화에 빠져사는 영상매체 애호가이지만, 내가 '보는 사람'보다는 '읽는 사람'에 가까웠기 때문인 것 같다. 항상 무언가 읽는 사람, 텍스트 없이는 못사는 사람인지라 직업도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하루종일 무언가 "읽기"에 빠져있는 것 같다. 책 읽기는 물론, 인터넷 기사를 읽거나 지역카페 일상글을 읽거나 웹소설을 읽거나 등등.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텍스트를 읽는 사람이기에 에피소드를 읽으며 공감가는 바가  많았다.

특히 <영해영역 7등급> 내용 중에 무언가를 배우기위해 관련 책을 샀다는 편집자분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치 내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무언가 배우고싶은게 있으면 무조건 관련된 책부터 사는 모습이 말이다. 그런데 달랐던 점은 작가님은 어려운 책을 읽으며(내 기준에서 어려운 책) 추상적인 내용이 텍스트화 되는 모습을 즐기셨다는데  아- 나는 왜 그런책만 읽으면 머리가 아파오는건지. 그냥 "읽기" 그 자체에만 빠져있나보다.


"기분은 모든 것이니까"

"어쩌면 좋은 기분이 드는 것 이상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별로 없는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 사랑하기로 한다>와  <창백한 푸른 점>을 보며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기분". 앞서 임진아 작가님이 '어쩌면 우리는 한권의 책이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매일 쌓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하셨는데  이와 연결지어보면 어쩌면  우리는 순간의 기분들을 기록으로 엮어 인생이라는  책을 만드는게 아닐까? 평범한 일상이라도 기분이 좋으면 모든 일상이 아름답게 적힐 것이고, 기분이 좋지 않다면 불행한 하루로 기록이 되겠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받아보고 이렇게 서평을 남기고 있는 이 순간은 감사하고 즐거운 것 같다. 다만 글실력이 부족한건 어쩔수가 없네 (글쓰기 관련책을 읽어봤지만 말 그대로 "읽기"만 한 것 같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아팠을까. 그래도 그런 나를 미워하지는 말자. 왜는 없다. 그때는 그냥 그랬던 것뿐. (중략) 그러다 문득 그냥 덜어내며 사는 사람 그 자체가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나를 미워했던 적이 많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미워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하루 치 솟는 내 불안한 감정과 마주할때마다 이 감정적 예민함이 너무 싫었다. 그렇다고 그 감정의 원인이 되는 타인을 미워할 수는 없기에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데 20대때는 그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강했다면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은 조금이나마 덜어낼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래 이 감정이 바로 나야. 인정하자. 괜찮다. 물론 이 모습이 끊임없이 자기위로를 하고 있는것 같긴 하지만. 위 구절을 읽으며 오늘도 다시한번 생각한다. 나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 그냥 마음을 조금씩 덜어내기.

"인간은 책 속에 사는 캐릭터가 아니다. 방금 내가 뱉은 말과 전혀 다른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내가 있다."

이 문장처럼 우리는 모두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기에, 오늘은 이렇가다도 내일은 저럴것이다. 오늘 나를 사무치게 힘들게 했던 것들이, 내일은 별거 아니게 느껴질 수도 있고 오늘은 비밀이었던 것이 내일은 비밀이 아닐수도 있다. 그렇기에 오늘,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생각이 표현된 글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