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열린책들 세계문학 134
마크 트웨인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은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들어보기는 참 많이 들어본 책이다. 소설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되어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헤밍웨이 미국 현대문학의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라고 극찬을 했다고 하지만 읽는 내내 오롯이 책의 내용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약간 산만한 사건 전개, 2020년 이 시점에서 읽었을 때는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주인공과 인물들의 각종 거짓말 등이 집중력을 떨어뜨렸고, 결국 완독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러나 책을 덮고, 읽었던 내용을 찬찬히 떠올려보니 당시 시대적 배경에서 이런 인간적인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내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주인공인 헉과 작품 중반 이후 등장하여 작품의 재미를 더한 톰은 서로 친한 친구이지만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사뭇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작품 역시 굉장히 우리에게 친숙한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톰은 재치있고, 명랑하고, 모험심 강한 파릇파릇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헉은 역시 모험을 좋아하고, 재치 넘치지만 그 마음 깊은 곳은 항상 인간을 사랑하고, 함께 모험을 떠나는 짐에 대한 애정이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전작에서 10대 소년의 모험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다면, 본 작품에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 인류애를 보여준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흑인 노예 짐을 바라보는 헉의 시선은 바로 작가의 시선이다. 짐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딸을 버릇없다는 이유로 때리고 후회하는 장면을 담담하게 지켜보는 헉의 모습은 피부색을 떠나 인간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사일러스 가문에 잡힌 짐을 탈출시키는 것을 보더라도 톰과 헉의 다른 점이 분명하게 보인다. 톰은 짐을 탈출시키기는 목적이 자신의 모험 스토리에 또 하나의 커리어를 쌓는 것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짐을 쉽게 구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모험 스토리를 하나 더 만들고자 일부러 짐을 곤경에 처하게 하고 그런 짐을 구출하면서 자기 만족을 찾는다. 그러나 헉은 톰의 모험 스토리를 이해하면서도 항상 짐을 탈출시켜 가족들에게 돌려보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짐을 바라보는 두 인물의 차이점 때문이었을까? 결국 톰은 다리에 총을 맞아 더 큰 위험에 처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헉과 짐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하게 된다.
인간의 피부색 때문에 차별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인간에 대한 혐오, 서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인식하는 인간의 한심한 모습을 우리는 이 순간에도 목도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인간에 대한 사랑, 서로를 이해하는 인류애로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할 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