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 30만 부 기념 개정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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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는 토론이 살아나는 책이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토론할 때, 어떤 책은 아무리 노력해도 논의가 확장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책은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질문이 쏟아지고, 아이들 입에서 말이 터진다. 《기억 전달자》는 그런 책이다.

이번에도 이 책으로 "기억을 마을 사람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흥미롭게도 아이들은 긍정 입론서를 쓸 땐 긍정팀 편만 들다가도, 막상 반대 입장에서 글을 쓰면 부정팀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한다. 어느 쪽에도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이 균형감이야말로, 이 책이 토론용으로 적합한 이유 중 하나다.

《기억 전달자》로 토론을 자주 하게 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책 자체가 풍부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담고 있어 질문을 끌어내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둘째, 찬반 논제가 균형 있게 나뉘어져 있어 아이들이 다양한 관점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셋째, 문장은 쉽지만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기억’과 ‘통제’, ‘개인과 공동체’ 같은 무게 있는 철학적 질문들을 아이의 눈높이로 경험하게 해준다.

이번 토론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이었다. 어른 독자와 아이 독자의 해석이 분명히 달랐고, 그 차이가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지점이 되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해석이 이렇게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은, 책이 던지는 질문이 얼마나 입체적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기억 전달자》는 매번 다른 논제로 토론을 시도해도 전혀 식상하지 않은 책이다. 그만큼 다층적이고,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기며, 아이들의 사고를 깊고 넓게 확장시켜준다. 책으로도 훌륭하지만, 토론용 책으로는 거의 독보적인 명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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