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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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기 시작하자 나는 마치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남의 집 거실에 앉아 있는 손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왠지 불편하고 낯설었던 이유는 뭘까? 어린 우주가 여자아이들과 관계(친구가 아니라)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구구절절한 논리의 나열들이 '하, 이 책을 참고 더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마음이 괴로워도 좀 더 읽게 된 이유는 뒷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 그래 그 큰 노력을 통해 우주는 어떻게 될까? 좀 평범해지려나? 하는 마음. 그리고 이야기는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때부턴 불편하지 않았다. 그냥 그 둘의 사이를 응원하면서 우주의 미분과 적분이 어느 순간 선미에게 수렴할 수 있을지 주시하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는 자신의 우주를 향해 항해해서 나아갔다. 누군가의 무엇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우주라는 이름과 다르게 적분이 아니라 미분을 향해 마이크로의 세계로 옮겨 갔다. 작은 집을 만들고 작은 자기의 우주를 만들며 우주는 핸드폰 수리공이 되었다. 글을 읽으며 임솔아 작가의 이야기 힘이 마치 자기력으로 나를 이리 끌고 저리 끌고 가는 것 같았다. 내가 이 글을 처음 읽을 때 불편하게 시작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언제쯤부터인가는 우주를 응원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우주를 통해 모든 관계를 돌아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력과 척력을 통해 조정하는 것 같았다고 할까. 책을 덮고 나자 가라앉아 있던 많은 기억이 한바탕 떠들썩하게 올라왔다. 그 많은 관계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아픔들은 이제 사그라진 것일까? 하지만 이젠 괜찮다. 오랜 시간 헤어짐의 연습을 통해 홀로 설 수 있었던 우주처럼 이제 나도 혼자 서 있을 수 있으니 모두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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