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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올리브 빛 작은 마을을 걷다
백상현 글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반듯하게, 보기좋게, 아주 자알 다듬어진 여행자의 에세이.
그러나 그저 단순히 에세이라고 하기엔 그 이상의 사전적 정보를 비롯해
너무나 전문적이며 감각의 사진들. 또 그 매운 눈으로 이탈리아의 소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발견한 쨍~하게 반짝이는 보석같은 소품들.
지중해의 수면위로 건져올린 각각의 물건들은 어쩌면 저렇게도 여행자의
마음을 그리고 뭇 여인네의 감성을 뒤흔드는 물건들로 가득 채워놓을 수
있는걸까? 감탄하고 또 감탄하게 했다. 이 모두가 내겐 진기명기였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른걸까?
다방면에서 열등생인 나는 여행자의 에세이에서도 학벌이 갖는 위력에
다시금 주눅들며 매무새 단정할 여느 엄친아의 여행기록을 조심스럽게
읽어 내려가는 기분을 가져야만 했다. 그러면서 몹쓸 부러움을 한없이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실, 내게 이탈리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이 몇 편의 영화이다.
조금만 전원도시와 더불어 페렌체의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제임스
아이보리의 <전망 좋은 방>과 이탈리아 남부의 나폴리 인근에서 시작하여
로마, 산레모, 베네치아까지 옥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배우 기네스
펠트로우와 쥬드 로, 멧 데이먼의 내면심리극을 통한 탁월함 그 이상을
보여주었던 영화 <리플리>. 그리고 더듬는 말투에 어눌한 표정까지..
특히나 실제를 의심케했던 마시모트로이지의 연기가 압권이였던<일 포스티노>
뿐만아니라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햅번 주연의 영화 <로마의 휴일>은
이탈리아를 알기 위해, 로마를 알기 위해서는 여전히 유효한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인것이다.
이렇듯 이탈리아가 배경인 영화들이 소개되고 만들어져 그곳의 풍광은 이미
많은이들에게 익숙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관광을 위해 보기좋게
포장되어진 장면장면의 연속으로, 실제 이탈리아인들의 진실되고 소박한 삶과
그 근원을 들여다 보기엔 무리수일것이다.
그런이유에에서 저자가 직접 걸음걸음하며 찾아가, 화면속에 그저 배경으로만
자리하던 장소를 혹은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있던 신화의 진짜 배경지를 찾아
책 구석구석 숨어있는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 궁금증과 식상함에 대한
갈증을 풀고자 한다면 내 기꺼이 그의 친절하고 다정하며 반듯하게 깍아 접시에
담아놓은듯 정갈한 그의 책을 추천하리라.
나 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여행자들에게 그곳 아탈리아는 여전히 부르쥬아의
여행지이고 그 자체로 낭만과 여유일 것이다. 그렇기에 늘 맘 한켠에 쉽사리
해결하지 못하는 로망과도 같은 여행지로 자리하며 그저 그것을 가슴에 품고
사는것 만으로도 삶의 이유가 되게한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그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방금 맛본 시큼하고 톡쏘는
리몬첼로가 내 입안 가득히 번지고 그가 지금 머물고 있는 전망좋은 숙소는 곧
그의 눈과 귀를 대신해 기꺼이 내것으로 스며들게 한다.
바람 그늘 햇살 그리고 지중해의 풍광들은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사람사는 이야기와 함게 전해져 온다. 그것은 내 두눈을 시큰거리게 하고 가슴
깊은 곳에서 '아, 가고싶다 가고싶다 떠나고싶다..'를 부르짖게 한다. 그러니
어린이나 노약자 임산부는 특히나 이 책을 읽는동안 요동치는 심장박동에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