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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징후 1
잇선 지음 / 송송책방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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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현실이 지옥같이 느껴질 때가 있니?”

“현실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이상현상이 자주 발생하곤 해. 지옥에서 일어날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거지.”


인간으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 태평하게 식빵을 굽고 있는 고양이를 만나면,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을 빌게 된다. 하지만, 귀여운 고양이가 아닌 ‘버섯’, ‘돌’, ‘해골’로 변하게 된다면?


어느 날, 세계적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사람 몸이 넝마 조각이 되고 토끼가 되고 해골이 된다. 원인은 당연하게도 (만악의 근원) 스트레스이다. 무기력증을 앓다가 버섯이 되고, 모든 것이 무감각하다가 ‘돌’이 되는 식이다….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된 사람들은 ‘이상현상 연구원’을 찾는다. 치료법을 찾아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다른 존재로 변한 것에 적응하고 만족하는 사람도 있다. 억지로 웃음 지을 일도 없고, 필요 이상으로 감정 낭비를 할 일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성공을 갈망하거나, 공허함을 채우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며, 가정폭력이 만연했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이상징후>에서는 등장인물과 괴상한 우울감을 공유하면서 얻게 되는 동질감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잇선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괴상한 의태어로 피식 웃는 구간도 많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온 뒤, 따뜻하게 씻고 이불덮고 누워 읽으면 딱 좋은 만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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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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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꼬리가 생겼다?! 열한 살 단미의 성장 동화


손원평 작가님의 첫 어린이 책은 『아몬드』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정말 깜찍하고 귀여웠다! 작가님의 스펙트럼에 감탄하며, 비밀도, 고민도 많을 사춘기 초등학생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주인공 '단미'는 평범한 열한 살이다. 하지만, 싫은 건 싫다고 당당히 말할 수도 있고, 소외받는 친구에게 먼저 말도 거는 그야말로 '위풍당당'한 초등학생이다. 그러나 '모종의 사건'으로 평범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게 된다. 그 사건은… 어느 날 허리 뒤에서 꼬리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러던 와중, 학교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지내는 일명 '으스스 캠프'에 참가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나, 내가 싫어하는 나💜


캠프에서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단미는 "꼬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버리고, 허리 뒤의 꼬리가 점점 부풀기까지 한다. 결국 꼬리는 한 마리의 '푸른 여우'가 되어 탈출한다.


"그러므로 나는 선택해야 했다. 이대로 꼬리를 잃어 버릴지, 아니면 내가 직접 꼬리를 찾아 나설 것인지." -p.126


단미의 꼬리란, 자신이 가진 '성정(性情)'을 은유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특정 성격, 성정이 싫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조차 '나'임에도 말이다. 특히 어린이라면 그런 부분에서 미숙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직접 경험하고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것도 자신임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미도 처음에는 '꼬리'라는 남들과 다른 비밀이 부담스럽고 미웠지만, 그것도 자신임을 인정하고 직접 꼬리를 찾아나서고 꼬리와 마주한다.


"앞으로 만나게 될 꼬리들은 모두 네 마음의 부분들이야. 하지만 꼬리들이 언제나 너와 같진 않을 거야. 달리 말하면 꼬리는 너 자신인 동시에 네가 아니기도 하니까. 그중에서도 난 방향의 꼬리야. 네가 가고자 하는 곳을 알려 주기도 하고 네가 꼭 가야 할 길로 널 이끌어 주기도 하지."-p.131


앞으로 아홉 개의 꼬리가 더 등장한다고 하니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 한 아이의 서로 다른 성격이 '수호캐릭터'로 태어나는 만화인 『캐릭캐릭 체인지』가 생각나기도 하고… 밤마다 '수호캐릭터 알'이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던 흑역사가 생각나는 건 나뿐이 아니겠지😊


📝좋았던 문장


"잊지 마. 비슷한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 그런 의미에서 행운을 빌게. 너와 나의 비밀에게."-p.80


"너 자신을 좋아하면서 살아갈 건지, 싫어하면서 살아갈건지 택할 수 있다는 말이야."-p.132


*마지막 사진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된 케라토가울루스. 설치류 중 유일하게 뿔이 있었는데 뿔에 필요한 영양분이 너무 많아져서 멸종했다고 한다.


글 손원평 그림 만물상|『위풍당당 여우꼬리』 ① 으스스 미션 캠프 |창비|147쪽|12,000원

잊지 마. 비슷한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 그런 의미에서 행운을 빌게. 너와 나의 비밀에게 - P80

너 자신을 좋아하면서 살아갈 건지, 싫어하면서 살아갈건지 택할 수 있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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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열 시 반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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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 열시 > 분명 살인사건이 중심소재이지만 범죄와는 전혀 관계없() 여행객 마리아의 내면 묘사가 전부이자 마지막인 소설이다


마리아와마리아의 남편 '피에르',  '쥐디트', 친구 '클레르' 스페인 마드리드로 여행을 떠나는 도중폭풍우로인해  호텔에 묵게 된다 마을에 이름마저 매혹적인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라는 남자가 아내와 내연남을 살해하고 도주하던 중이었고거리의 경찰은 그를 쫓고 있었다


번개가 번쩍일 우연히 밖을 내다본 마리아의 시선에는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있는 피에르와 클레르그리고 지붕 위에 몸을 숨긴 로드리고 파에스트라가 동시에 포착된다마리아는 순간로드리고 파에스트라의 도주를 돕기로결심한다.


 마리아의 결심은 매우 파격적이지만그녀의 사랑은 그렇지 못하다남편의 부정을 알고 그와 파국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지만적극적으로 항의하지는 못한다그에 반해 질투심에 눈이 멀어 내연남과 아내를 권총으로 살해한로드리고 파에스트라는 얼마나 파격적인가마리아의 선택에는 자신 또한 내연녀와 남편을 살해하고 싶은 욕망이끼어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뒤라스의 소설이 그러하듯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생생하고도 적확한 묘사가 많아 읽는 즐거움이 컸다카메라의 시선을 쫓아가는듯한 독서에 오랜만에 즐거움을 느꼈다인류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하는 개인적인 고뇌는덤이었다사랑을 배신하고 다른 사랑을 키우고사랑을 살해하고... 헛된 사랑을 좇는 것이 얼마나 권태롭고 무의미한 일인지도


마리아는 밀밭까지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도주시키는데 성공하지만두고  딸이 생각나 호텔로 다시 돌아가게된다정오에 다시 돌아와스페인까지의 도주를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남기고그러나 돌아왔을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는 총으로 자살을  후였다책장을 덮고 나서도뜨거운 여름 아래의 밀밭에서사랑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이 잊히지 않았다


세계문학과 사상의 고전을 가볍게 접하고자 기획된 '문지 스펙트럼'으로 출간되어 책의 무게나 분량은 깃털처럼 가볍지만 안의 내용은 쇠구슬보다 묵직했다.


좀처럼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에도 달리는 사람처럼 헐떡거리며 읽었다나무의 점액처럼 손가락 사이로 달라붙는 삶의 권태를 떼어 내면서 읽었다계속해서 중얼거리는 이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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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통역이 되나요 - 제대로, 유연하게 언어보다 중요한 진심을 전합니다
정다혜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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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는 단순히 두 언어 이상을 사용하는 자리에서 의사 소통을 위해 언어를 '변환'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리 쉬운 직업은 아니다. 정다혜 통역사님이 쓴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고로 통역사란 늘 무대에 서는 것처럼 긴장해야 하고, 눈과 귀 그리고 손이 함께 움직이는 멀티 태스킹에도 능해야 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는 물론 자신이 통역하는 분야의 전문 지식에도 빠삭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헉헉. 너무 힘든 거 아닌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통역사의 '사전 노력' 에 달려 있다.

일하면서 정치, 외교, 법률, 금융, 문화, 예술, IT 등 수많은 분야를 접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각 분야의 배경지식을 끊임없이 공부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가 넓어진다. 또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접점에서 통로 역할을 하다 보면 유연한 사과를 갖추게 된다.

본 책, p.7

정다혜 통역사는 UN 마약범죄사무소에서 주니어 연구원으로, 외교부에서는 인하우스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또한 최근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였던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 생중계 동시 통역 등 다수의 국빈 행사에서도 통역을 도맡았을 만큼 베테랑이다.

저자의 화려한 이력만큼 통번역에 대한 노하우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통번역사를 꿈꾸는 사람이 읽으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영국 유학 경험과,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까지 다소 사적인 부분까지 알려준다. 통역과는 거리가 먼(?) (하지만 늘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만 하는…) 나에게 귀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AI가 넘볼 수 없는 ’사람‘의 일을 한다는 저자의 자부심과 살아남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내 가치를 스스로로 만들어나가야 하듯 내 앞길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마음가짐. 나보다 앞서 사회를 걸어간 여성 선배님으로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내게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깨어있는 모든 순간을 허비하지 않고 연습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나만의 방법을 강구해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계단 하나를 가까스로 오르고 나면 다음 계단을 마주했을 땐 피하지 않고 발을 내딛어볼 용기가 생긴다.

본 책,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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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물건 -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물건 애착 라이프
모호연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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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사양

164쪽, 125*200mm, 213g, 정가 11500원



📒 분류

국내도서>에세이>한국에세이



📒 표지

저자는 미니멀리스트를 꿈꾸었으나 금방 실패를 인정했다고 했지만, 책의 표지는 미니멀스럽다. 무엇보다 『반려물건』이라는 제목으로 만든 타이포그래피가 인상적이다.

전에 출간된 지콜론북의 『취향집』, 『월간 생활 도구』는 정보성을 띄고 있는 책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물건 시리즈인 『반려물건』은 완전한 에세이이다. 사진이 담겨있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지난 책들에 비해 가볍고 작아졌다는 점은 좋았다.



📒 저자

저자 모호연은 방송 작가 경력이 있는 프리랜서 작가이다. 현재는 예술 창작을 위한 'SOSA PROJECT'를 결성하여 스튜디오를 운영중이며, 『일간 매일 마감』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연재 노동자인 셈이다. 『일간 매일 마감』은 데일리 매거진이지, 메일링 매거진이다. 요새 가장 핫한 '메일링'을 기반으로 하는 매거진의 저자라니. 트렌디한 저자 선정이다. 저자의 트위터 소개말을 보면 "조립/분해/망가뜨리기/고치기/만들기 등을 일상으로 하는 탐구생활러. "라고 한다. 탐구생활러의 물건 에세이. 기대가 된다.



📒 책 제목

반려물건은 반려동물을 생각나게 한다. 물건은 생명력이 없고 동물은 생명력이 있기에 '반려'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다르지만, 둘 다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직관적이고 탁월한 제목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 이 책이 유의미한 이유

『반려물건』의 메인 카피는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애착 라이프'이다. 버리는 것만이 '쿨'하다고 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고!" 외치는 저자는 웬지 매력적이다. 그리고 사실적이며 공감이 간다. 당장 나만 해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물건이 서랍장 3개 정도는 차지하고 있으니…….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진 속의 것들은 만질 수도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다. '과소비'가 불온한 것이 된 세상에서 '과소유' 또한 지향해야할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남는 것은 물건뿐!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물건이라면 죽을 때까지 '반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버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에세이였다.


저자는 말한다.

"물건 하나로 행복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행복이 어려운 시대이다. 행복의 허들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냥 행복하지가 않다! 그런 시대에 제 값을 주고 들여 온 물건이 나에게 행복을 준다면, 내가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행복하기 위해서 벌고 사는 것인데.

물건 하나로 행복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 P10

피규어는 가질 수 없는 대상을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방식이다. - P23

그래도 못 버렸다면 아직 쓸데가 있는 것이다. - P45

소중한 것은 기록한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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