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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리들의 집 ㅣ 보림 창작 그림책
김한울 지음 / 보림 / 2018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 우리들의 집
글/ 그림 : 김한울
발행일 : 2018년 11월 15일
판 형 : 227 *
306 * 17 mm
출판사 : 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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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커버란 무슨 의미일까?
난 커버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대부분
커버가 있는 책은 양장본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책에 무게감을 주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원할 때,
원서는 그렇지 않더라도
번역출간하며 양장본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괜스레 하드커버에 겉지가 입혀져 있으면
시쳇말로 '있어
보인다'.
나도
그래서일까, 커버가 있는 책이 좋다.
그런데 그림책에서 커버란 무엇일까?
관심을 가진지 1년 남짓한
그림책 초보자인 내 생각엔
그림책에서 커버는 ... 선물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
그래서
언젠가부터
그림책에
커버가 입혀져 있으면 더욱 유심히,
그리고 기대를 한껏 하며 열어보게 된다.
커버를 벗기는 그 순간의
기대와
약간의
긴장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14마리의 아침밥>의 커버를 벗기며
이렇게 귀여울 수가~를
연발하던 내가
이 책의
커버를 펼쳐보고는 한동안 침묵했다.
소장각이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겉지와 표지의 구성은
인물 행동의 차이,
혹은 작가가 뜻하는 바를
전하는 새로운 무엇이 더해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책은... 예상을 뒤엎는다.
겉지 속면에 작가가 그리던
그 시절의 동네 풍경을 확대해서 담았다.
하나의 예술작품이란 이런 것이구나.
앞면지에 동일한 풍경이 담겨
있지만
왠지 다른 풍경
인 듯 느껴진다.
작가 김한울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으로 사라지는 집들을 눈여겨보면서 작품을 만들었고
'자라나는 집’과 ‘일구어진
땅’이라는 두 번의 개인전을 열어
잃어버린 집과 공동체에 대한 상실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작가의 첫 그림책인
<안녕, 우리들의 집>에서는 전시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인간 중심의 개발 논리가 다른 생명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 덩그러니 집만 남은 그곳에
아직도 주인을 기다리는
개,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
오늘도 수다를 떠는 새 또한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포클레인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그것은 집과 나무,
그곳의 모든 것을 부수고 쓰러뜨린다.
동물들은 제 보금자리가 사라져도 속수무책.
그런데 보름달이 유난히 밝게
빛나던 날,
고깔을 쓴
너구리들이 찾아온다.
손때 묻고 사연 많은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너구리들은
이곳저곳을 살피며
버려지고 남겨진 것을 챙겨서
유일하게 남은 그집으로
향한다.
예전과는 다르지만
너구리와 남은 동물들은 힘을 합해서
이 집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집 안은 아늑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활기찬 목소리, 웃음소리가 되살아났습니다.
초록 덩굴이 금이 간 벽을 감싸 안고,
깨진
창문 너머로 꽃이 피어났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
글귀와는
다르데
왠지 난, 이
그림이 쓸쓸하다.
쓰러진 나무,
사방으로 무너진 벽,
그저 황망할 뿐이다.
동이 트면 마지막 집도 사라질테니까.
뒤 면지에는
한 귀퉁이에 '지은이의
말'이 담겨 있다.
제가 살던 집은
낡았으나 특별했습니다. 그곳에 찾아오고 함께 살던 동물들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담벼락구멍으로 주둥이를 내밀며 인사하던 강아지, 볕 좋은
날 길에 누워 일광욕하던 고양이, 날마다 마당에 찾아오던 산비둘기 부부, 작은 틈새마다 비집고 피어나던 민들레...
이런 풍경들이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풍경 속에서 스며든 너구리는 어쩌면 그들과 함께 남아 있는 제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소식을 알길 없는 그들, 사라진 집과 동네와 그곳을 떠나면서도 떠날 수 없었던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이 이야기를 보냅니다.
-지은이의 말(전문)-
우리도 나이를 먹는다.
동네도 건물도 다 함께 세월을 먹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가
드는 것은 순리.
그런데 사람들은 편의성을 위해 세월을 거스른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아쉬운 요즘이다.
그림책이 또 한 번 엄청난
것을 담아냈다.
작가의 다음 책이 이미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