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요물이라고 하는 할머니.
요물을 '요...무...'라고
얼떨결에 소개하는 영지.
할머니와 요무와 영지의 이야기.
<백 년 묵은 고양이 요무>.
우리네 곁에 있는 대표 반려동물, 강아지와 고양이.
한국사람들은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것도 옛말.
요즘은 애묘가들이 늘어나며
그들이 더 주목 받기도 한다.
그러나 나도 어린시절부터 강아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호흡기가 약해서 하얗고 몽실몽실한 내 사랑 앙고라장갑에도
기침을 하는 통에
실컷 안아보진 못했지만
강아지, 강아지인형을 참 좋아했다.
그런데 이런 취향이라는 것도 세월따라(?) 변하는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 온 후로는 고양이가 끌린다.
좋아한다-와는 조금 다른 감정이다.
우연히 마주치는 고양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건다.
주책이다.
그리고 나 때문에 놀랐을까봐 사과도 하고 걱정도 한다.
강아지한테는 안 그러면서...
왠지 고양이와는 대화가 될 것 같다.
할머니는
사람도 아니면서 애기 울음소리를 내고
끼니 때를 귀신 같이 알고
밥 달라 보채는
그런 뚱보 고양이를
백 년 묵은 요물이라고 했다.
사람 말 다 알아듣는다며.
나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을 눈빛 레이저로 쫘악 스캔하여 들여다보고
그저 모르는 척 지나쳐 가주는 존재...라고.
그래서 참 좋아하는 한 컷이다.
동무인냥 말하다 영지가 대답 안 한다고 타박하니
바로 냅다 '야아옹'을 던져주는 뚱보 고양이, 요무.
'냐옹' 아니고 옜다 '야아옹'!
이 책은 은근히 사람을 끌어들인다.
별 일 없이 책장을 넘기며 웃었다 슬펐다 아련했다, 그런다.
국민학교였던 그 시절,
책상을 쫘악 밀어놓고 나뭇바닥을 광내던 그 때가 떠올라,
외할머니의 그 부엌 아궁이와 엄청난 무쇠솥이 생각나서.
피식 웃었다 슬펐다 아련했다.
글작가 남근영 님은
필시 나와 동세대일 것이다.
그 시절의 몰랑한 감정을 손가락 끝으로 꼬옥 누르는 재주가 있으시다.
책 자체도 잘 만든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표지에 적절히 코팅을 한 부분이나
종이질감, 알맞은 판형,
그림의 색채, 거칠지만 따스한 선,
그리고 글자체까지.
이 모두가 잘 아우러져서인지
할머니, 요무, 그리고 영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란 예감이 든다.
시즌2를 조심히 기대하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