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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과학을 전공으로 공부한지 약 10년 이상.
어릴때는 글짓기로 상도 많이 받고 독서부에 들어가 책도 많이 읽고 일기도 곧잘 쓰고 했는데
대학에 들어가 전공 공부를 하다보니 내 말투, 작문 스타일이 변해버렸다.
전공 책에는 항상 간결한 원인과 결과 만이 가득했고 논문들엔 주어, 동사, 목적어 만이 가득했다.
그러다보니 나도 어느새 말하는 문장이 점점 짧아지고 설명하는게 힘들고 일기도 세줄 쓰면 끝이다.
어느 순간 심각성을 깨닫고 책은 소설만 읽으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꾸며주는 말이 듬뿍 들어있는 소설들.
한국 작가들 중 내가 유일하게 믿고 보는 정유정 작가님 작품들은 항상 아름다운 문체들로 날 만족시켜주곤 했다. 정말 오랜만에 나온 '종의 기원' 도 역시나 메마른 내 언어구사력에 봄비를 뿌려주는 듯 하다. 저런 끔찍한 내용들을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전에 세상이 사이코 패스로 떠들썩 했을 때, 평소 그런일에 관심 없던 나는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했다 라는 사건에 그래도 벌은 받아야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우울증이 있어서 감형, 술을 먹어서 감형, 정신병이라 감형?
나에겐 하나의 변명일 뿐이었다.
하지만 종의 기원속의 "유진" 의 마음속을 읽은 후엔, 조금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행동을 용서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사고를 우리가 이해해 볼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조금 더 무섭기도 했고.
이 책을 읽고 밀려있던 논문을 썼다. 아아 기쁘다. 뭐든.
그나저나 "종의 기원" 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오늘도 정유정 작가님의 글 에
다시한번 감동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