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티브이 광고나 드라마 덕분에 옥탑방이라는 공간은 상당히 낭만적인 장소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곳의 삶이 결코 낭만적인 리는 없다. 옥탑방의 거주인은 (특별한 취향에 의해 선택하지 않는 한) 가난할 것이고, 2013년 대한민국에서 가난한 자의 삶이란 보람과 평화, 자족과 행복 따위와는 거리와 멀 가능성이 100 X 100 퍼센트일 것이다.
거의 몇 년 째 놀고 있는 만화가.
그의 옥탑방에 갈 데 없는 40대 기러기 아빠와
50대의 이혼남,
20대의 공시생이 차례로, 각자의 핑계를 달고 찾아와 갈 생각을 않는다.
그들의 사연은 한결같이 찌질하면서도 서글프고, 암담하다.
할 일도, 돈도, 희망도, 거의 아무 것도 없다.
한 여름에 네 남자가 옥탑방에 비비고 사는 꼬락서니는 조금도 낭만적이지 않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의 삶을 어둡고 슬프게 그리지 않는다.
비록 찌질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위태위태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이어지고
그들은 이 희망 없는 삶 속에서도 할 일을 찾고, 사랑을 찾아간다.
그래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찌질하고, 희망이 없어도 살아진다"고.
맞다. 살아진다. 어떻게 어떻게 살아지는 게 또 인생 아닌가.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 낙관주의다.
어떻게 버티다 보면 좋은 날도 오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빡빡하게 살 거 뭐 있나? 피 한 점 섞이지 않은 사람들과도 형제처럼 어울려 살다보면..... 브라더스를 연대라고 슬쩍 바꿔보면 작가는 '루저들의 따뜻하고 사적인 연대'를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팍팍한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것은 초라한 사람들끼리의 십시일반, 이 연대인지도.
그래서인지 옥탑방의 네 남자가 망원동 브라더스라고 정식으로 이름을 채택하자 좋은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 브라더스는 해체된다.
해피엔딩은 언제나 좋다.
나는 주인공들이 행복해지는 소설이 좋다.
비도 오고, 거지 같은 정치뉴스들을 보며 잔뜩이나 꿀꿀한 날,
이만한 책을 읽고 하루 낄낄거렸으면 충분하다.
그래서 한국 문학의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 가는 "루저 문학" 중에서 유달리 따뜻한 작품으로만 기억하자.
루저를 양산하는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
아무리 발버둥쳐도 루저가 될 수밖에 없는 모순,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대수 루저들에게 '망원동 브라더스"와 같은 해피 엔딩은 없다는 비정한 현실은,
오늘은, 눈 감자.
작가가 따뜻해 지고 싶어 하니까.
우리가 매일 심각하게 살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