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 업로드하다가 잘못 삭제해서 다음 일로 넘어 갔는데요 ㅠㅠ 이것까지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정말 열심히 썼는데 피웅 ㅠㅠ 부탁드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가 카프카는 말했다.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인생은 일상이다." 




사실 나는 난독증이 있다. 문단이 조금만 길어져도 눈이 침침하고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야기는 좋아한다. 그래서 자연히 영화광이 되었다. 그렇다고 영화만 보는 것은 또 아니다. 장편을 선호하지 않고 주로 시를 읽거나 단편을 조금씩 읽으면서 독서 생활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친구와 교보에 들렀다가 발견한 표지가 이쁜 책. 사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책 중에 내 취향에 맞았던 책은 그나마 펄벅의 ‘대지’가 유일했기 때문에 일부로 노벨 수상작은 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비에게 살짝 뻗은 손이 그려진 표지를 소장하고 싶어서, 마침 이 책이 장편이 아닌 단편집이기에 선택했다. 처음엔 그저 자신이 살던 시골마을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에 대해 쓴 단순한 단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다 못해 난폭한 추측이었음은 첫 장에서부터 드러났다.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는 아내와 아이를 배웅하는 남편에 대한 묘사.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짓는 그의 미소는 활짝 열려 있고 햇볕 같고 세상 어떤 의심도 없어서, 그는 마치 아이가 그에게, 그가 아이에게 영원히 경이로운 존재일 거라고 믿는 것 같았다. 아내를 향한 그의 미소에서는 희망과 신뢰 그리고 의지 같은 것이 느껴졌다 !!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남편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이렇게나 담백하고 생생하게 배웅할 때의 모습만으로 묘사할 수 있다니! 그리고 이런 진실한 남편에 대한 배신.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진 짧은 과정을 감각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한다. 잃어버린 아이를 다시 찾아 안았을 때 어머니에게서 낯선 냄새를 맡은 아이.

 

“엄마한테서 나쁜 냄새가 나”


일탈을 통해 새로운 열정을 꿈꾼 그녀의 죄의식을 지독하게 파고드는 아이의 대사가 참으로 맛깔스럽다. 발칙하다는 느낌도 든다.이때부터 물 흐르듯 이뤄진 나머지 단편들 모두는 주로 가정에서 벗어나거나 어린 시절에 대한 상처를 가진 화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은 대부분 병이나 정신적 트라우마 혹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새로운 열정을 갈망한다. 그 중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위에서 언급한 ‘일본에 닿기를’과 ‘아문센’ 그리고 ‘기차’ 이 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영화의 대사처럼 정말 사랑이 변하기는 하는 걸까? 설사 변했다 하더라도 그 전의 감정들마저 모두 거짓이 되는 것인가?


‘아문센’에서 그녀와 결혼하기로 했던 의사는 돌연 이별을 선언한다. 언젠가 이 순간을 당신 최고의 행운으로 여기는 날이 올 거라는 잔인한 농담까지 하면서. 특별한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저 마음이 바뀌었단다. 자신이 없단다. 자신의 사랑에.


문득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산순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친구에게 차였을 때 이유를 물어보던 장면이 생각났다. 왜 그렇게 사랑한다면서 갑자기 마음이 변한 거냐는 물음에 그는 대답한다.

내 사랑이 여기까지라고 그래서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그녀는 아문센 역에서 토론토로 떠나오던 그 날 이후,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냥 억울하고 분통했을까? 아니면 그 자신도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했을까, 서로가 더 오랜 시간 후에 이별하면서 서로에게 많은 기대들을 망가트리지 않고 먼저 헤어진 것이 나은 거라고 그렇게 애써 긍정적으로 자신을 다독였을까? 아니면 그를 막되 먹은 놈이라 욕했을까 혹은 자기 자신이 그세 잘못한 것이 있어 그러나 혼자서 자책했을까?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토론토 플랫폼에서 다시 그를 마주 쳤을 때의 그녀를 보면, 그때는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받아 들였던 것 같다. 우리의 인연이 그저 거기까지였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의 왼쪽 눈에서 다시 그 시절의 섬광을 발견한다. 그 짧은 눈짓 인사 하던 순간에, 그리고 그마저도 사랑이었음을 안다고 말한다.

이제는 안다고.


이렇게 그저 기억의 한때에 남아버린 사랑도 그 어떤 마무리도 짓지 못한 짧은 사랑도 사랑이라 볼 수 있는가? 아니면 과거 강렬한 열정을 가졌던 순간의 자신에 대한 헌사인가? 


 이런 사랑에 대한 복잡한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 ‘기차’룰 읽기 시작했다.(단편을 읽을 때는 주로 마음에 드는 제목부터 먼저 읽는다) 일 이장을 연달아 기차역과 플랫폼을 배경으로 펼쳐진 작품을 읽으니 왠지 기차를 먼저 읽어야 할 것만 같았다. 어쩌면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연작 일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기차에서 등장한 안타가운 군인 청년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가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한 성에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 그 트라우마는 그의 사랑보다 강했고 그는 끝내 그 문제를 회피하고 만다. 이 용기 없는 사랑. 끝내 운명적으로 그가 사는 아파트에서 마주칠 마지막 기회마저 피해버린 그. 그리고 어떤 말도 없이 돌아오지 않은 연인을 꽤 오랫동안 기다렸을 그녀. 오래 전에 본 영화 ‘러브 래터’의 이츠키를 생각나게 했다.


그 영화 속 남주의 사랑은 어느 면에서 그 청년과 비슷했다.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동명이인인 소녀를 좋아했지만, 같은 반으로 보냈던 3년 동안 고백 한번 못하고 전학을 가고 만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도 그 소녀를 잊지 못하면서도 찾아 볼 적극적인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 소녀는 줄곧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같은 일본 내에서 쉽게 찾을 수도 있었다.)그리고 그녀를 꼭 닮은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나 그 자신은 겨울 산에서 조난당해 죽게  되고 혼자 남은 그의 약혼녀는 그와 이름이 같은 사람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 결국, 그 이상한 편지를 근원지를 찾는 과정에서 그가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3주기가 끝난 뒤, 그의 친가에서 앨범 속 그 소녀를 찾아보며 울먹이던 약혼녀. 그녀는 그가 그 소녀 와  자신이 닮아서 사랑한 거라면  그를 용서 할 수 없다며 서럽게 울었다. 그 장면은 ‘기차’의 마지막 장면과도 닮았다

.

옛 연인이 왔다 간 뒤, 다시 살던 아파트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갈 준비를 하는 이제는 늙어버린 청년의 모습. 그리고 드는 의문들. 그를 보았다면 그녀는 정말 작가말대로 그를 용서 했을까? 그 자신의 사랑의 역사를 부정하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그녀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쉽게 자신을 버린 사람인데도?


이츠키의 약혼녀도 그녀와 비슷한 시간을 가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먼저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의문, 그날 자신에게 먼저 고백했던 것도 자신에게 예쁘다 해주었던 말들 모두 그 소녀를 그리워해 한 말이었을까하는 잔인한 질문들, 그래서 결국 이 사랑은 온통 가짜였던 거냐고 억울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정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했노라고.

  그 순간 서로의 눈을 보고 했던 다정한 말들, 그 때 느낀 행복감과 편안함은 진실이었다고,  내가 느낀 감정은 상대방에도 전이되는 법이니까 웃음처럼.


그리고 결국, 용서했을 것이다. 이츠키의 약혼녀가 그 소녀에게서 온 편지에 답장하면서 넌지시 말해주었듯이 말이다.

 

‘그의 첫 사랑은  이츠키님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그의 사랑을 긍정했을 것이리라. 시작이야 어찌됐든 자신을  그 소녀만큼 자신을 사랑했던 거라고. 그 군인의 약혼녀도 역시 그랬을 것이다.


비록 그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도착하면 많은 군중들 사이에서도 그대를 바로 알아봐 찾을 수 있을거라 다정히 편지 쓰던 그 역시 사랑이었다고.

 

용서하지 않으면 자 내 자신의 소중한 일부를 잃는 것이기에. 


 그녀는 분명 가끔씩 그의 안부를 물었을 것이다.

 

잘 지내나요 당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