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였다 작가 남편의 비밀 레시피를 훔쳐볼 줄 알았는데 레시피는 커녕 흔한 음식 사진도 없다 으레 식구들 끼니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저녁을 먹으며 다음날 아침을 고민하고, 이웃집에서 가져다 준 식재료를 보며 새로운 레시피를 검색하고, 드라마를 보면 스토리보다 그들이 먹은 음식을 떠올리는 사람 그런 사람의 마음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그 요리를 먹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독심술을 연마하지 못한 남편에게 필요한 것을 현명하게 요구하는 방법이라든지, 버럭하는 성장기 청소년의 기본 태도에 상처받지 않으면서 소통하는 방법 같은 청소년 사용 설명서가 친절하게도 포함되어 있다 사춘기 아이들과 맞서지 않고 잘 참는 법이랄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으니까그리움의 맛을 가진 특별한 음식 이야기도 있다 내게는 다슬기 냉국이 그렇다 여름날 밤 동생과 놀고 있으면 엄마가 양은 주전자 가득 잡아오던 다슬기 특히나 방학이면 까도까도 줄지 않는 삶은 다슬기 식초 한 방울 톡 떨어뜨려 맛있게 먹던 아빠의 모습까지 다슬기를 보면 순식간에 추억여행 시작이다맛깔스런 남의 집 밥상 사진을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sns용 요리가 아닌 가족을 위한 음식이기에, 따뜻할 때 먹어야 하는 것이기에 사진이 없는 거라 추측해본다 밥상 사진을 못 찍게 했더니 오히려 시야가 넓어져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남편의 레시피만 있었을텐데 가족의 이야기가 통째로 남아 멋진 유산이 되었다그리고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것은 남들과 다른 것은 스트레스 받으며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나만의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요리하는 남편 덕분에 '남편의 레시피' 이 책이 나왔으니까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마음 다치지 않게 배려하고 인내하며 오래도록 사랑하는 방법을 적은 내용이 가득하다남편의 비밀 레시피가 궁금하신 분들은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한다 밥하는 기술을 가진 남편이 장 보러 가지 않고도 뚝딱 만들어내는 비법도 있다 옆집 남자의 밥 해먹는 이야기는 보통 엄마들의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