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람 검사 - 드라마가 아닌 현실 검사로 살아가기
서아람 외 지음 / 라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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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나에게 가장 큰 독서의 목적은 새로운 형태의 경험이다. 특히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직업을 다룬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인데, '검사'의 삶은 어떤지 궁금해져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서아람, 박민희, 김은수 30대 여자 검사 세명이 검사로서의 삶을 소소하게 글로 담은 이 책은, 제목을 검사 앞에 '여자사람'을 붙여 그냥 검사가 아닌 '여자 사람'으로서의 검사는 어떨지에 대해 궁금증을 키운다.

책은 총 5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어떻게 검사가 되었는지부터 대한민국의 검사로서, 여자 검사로서, 그리고 엄마 검사로서의 삶을 담담히 서술해 나가고 있다. 남성성이 강한 집단이라고 느껴지는 검찰세계에서 여자검사, 엄마검사는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고 다른사람이 미쳐 배려할 수 없는 에피소드들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더욱 견고해지는 여자 검사끼리의 모임. 세 명의 검사가 키워야할 아이는 일곱명, 육아 휴직중에 우연히 단톡방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바쁜 와중에 서로를 '삼인사각' 경기의 동반자로 여기며 책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검사의 삶이란 주로 드라마에서 어렴풋이 들어왔다. 정의감이 투철하고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수많은 서류를 읽어내며 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 '드라마'가 아닌 현실 검사로서 놀라웠던 점은 2년마다 전국으로 떠도는 신세가 된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2년마다 지역이 바뀌는 직업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보통은 주말부부가 될 것이고 함께 이사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남편이 있어도 아이가 2년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바꿔야 하니 그 부담이 엄청날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이사의 무거움'이라는 에피소드에서 이사의 불편함에 대해 자세히 다뤘는데, 생각지 못했던 단점도 묵묵히 버티고 있는 검사의 삶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검사엄마, 중고나라 입성기' 에피소드를 보면 법 집행에 누구보다 가까워보이는 검사도 엄마가 되면 중고나라 사기꾼들에게 흔들릴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검사라는 직업을 갖기위해 노력한 것에 비해 박봉인 검사로서 또 육아초보로서 괜찮은 육아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는 중고나라는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검사가 중고 사기에 당한다고? 라고 놀란것보다, 검사이전에 엄마로서 자식에게 좋은 물건을 더 많이 주고싶은 간절함이 먼저 다가왔다.

임신과 출산의 어려움, 아이 키우기의 어려움, 소개팅 이야기, 프로듀스 101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딱딱하고 감정이 없을 것 같은 검사도 나와 다르지 않은 여자이면서 엄마구나 생각이 들었다. 육아휴직중인 옆집에 사는 애기엄마가 알고봤더니 검사님이었다라고 느껴질만큼 여자 검사가 가깝게 느껴지는 에세이이다. 영화, 드라마가 아닌 현실 여자검사의 삶이 궁금하다면 여자사람, 검사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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