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될래요 역할놀이 스티커북
아이즐북스 편집부 엮음 / 아이즐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만 30개월이 된 혁이는 완전 수다쟁이에요.

요즘은 동음이의어놀이에 이어 혼자만의 외계어도 만들어서 쏼라쏼라거리는 경지에 이르렀지요.

지난 번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쉬지 않고 할 말이 많았던 혁이 덕분에

걱정쟁이 엄마도 긴장을 좀 덜했으니 고마워해아할까요?

 

다음 주 조카 둥이의 100일을 맞이하여 백일상을 저희 집에서 차리기로 한지라 오늘부터 대청소에 들어갔어요.

거실에 있는 장난감 정리함들을 싸악 방으로 치워놓고 공간 마련에 돌입해서 하루종일 정리를 하느라 기진맥진한 엄마..

하지만 혁이는 엄마랑 마냥 놀고 싶대요.

이럴 땐 비장의 무기, 스티커북을 꺼내주면 엄마는 좀 쉴 수 있어요.

혼자서 떼었다 붙였다 하는 재미에 한 시간 이상은 거뜬히 잘 놀아주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예외였습니다.

아..... 정말 아이의 질문 공세에 대답해주느라 오히려 더 녹초가 되고 말았어요.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덤으로 잔뜩 붙이고 온 꼴이랄까요?

 

제가 오늘 혁이에게 꺼내 준 책은 아이즐북스역할놀이 스티커북 중 <수의사가 될래요>였어요.

책표지를 보면서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해주고,

수의사가 어떤 일들을 하는지 스티커를 붙이면서 더 자세히 알아보자 했지요.

<수의사가 될래요>는 동물병원의 풍경부터 수의사가 야생동물과 농장의 동물들을 돌보는 모습들은 물론

애완동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법, 자연관찰 책 같은 동물들의 행동에 따른 심리까지 꼼꼼하게 짚은 책이에요.

예전에 야구선수 시리즈 등을 소개해드리면서 직업 동화 뺨 치는 스티커북이라고 설명해드렸었죠?


 

 


 

똑똑 노크를 하고 동물병원을 찾은 혁이..

대기실의 풍경부터 스티커를 붙이겠다고 하더니

"토끼는 어디가 아파서 온거지?"  "붕대는 왜했지?"등등 질문을 퍼붓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말풍선에 있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수월하게 답변을 해주며 넘어갔어요.

 

 



 

 

드디어.. 문제의 그 장면을 만나고야 맙니다.

동물들의 똥을 소재로 한 페이지...

아... 이보다 더 수다스러울 수는 없는 혁이의 질문 공세와 이야기가 장장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펼쳐집니다.

사자는 육식동물이라 똥냄새가 심하다고 했더니 코를 잔뜩 움켜쥐고는

"사자는 왜 고기만 먹지? 치커리랑 파프리카 같은 야채도 골고루 잘 먹어야 건강한데.."하고 잔소리도 늘어놓아요.

새의 물똥을 보고는 "혁이도 열이 많이나서 저번에 묽은 똥을 눴지? 새도 아픈거야? 새는 어디가 아프지?" 하면서 나비 날개 같대요.

돼지 똥을 보고는 모래랑 닮았다고 하고,

달팽이 똥을 보고는 "달팽이가 빨간색 매운 고춧가루 끙가를 했네. 바나나도 먹었나봐, 노란색이야."하며 아는체도 하지요.

처음엔 혁이의 수다를 책에 받아적어주다가 나중엔 기진맥진해서 포기했어요.

 


 

 

 

스티커북 하나로 아이의 스토리텔링이 이리도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질 수도 있단걸 새삼 깨달은 오늘이었어요.

쉬고 싶던 엄마의 꿈은 산산조각났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참동안 뭔가에 집중해서 놀아주는 것에 감사해야하는거겠죠?

우리 아이가 다양한 동물들도 만나고,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알게 된 날,

엄마는 우리 아이의 생각과 말주머니가 이렇게 커졌구나 싶어 아이가 대견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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