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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ㅣ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모든 것들의 악몽, 듀마 키
스티븐 킹의 귀환이라는 시끌벅적한 타이틀을 달고 나타난 이 이야기는 묘하게도 그 자신과 많이 얽혀버린다. 스티븐 킹의 창작개론서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보면 그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광경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지나칠 정도의 세심함 앞에서 어쩌면 그로서는 견디기 힘든, 혹은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지나갔다.
듀마 키에서도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나타난다. 잘 나가던 건축업자인 에드거는 어느날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라진 건 한쪽 팔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사업, 그의 생활, 그의 가족들 모두 송두리채 사라져버렸고, 에드거는 실의와 아픔을 잊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휴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가 선택한 곳은 듀마 키라는 섬, 고요하면서도 아늑한 곳이지만 알 수 없는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연히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게 된 에드거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스티븐 킹이 뻔뻔할 정도로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은 그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잘 알아볼 수 있게 끄집어낸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기적처럼 느껴지던 것이 사실은 끔찍한 악몽으로 가기 위한 전주곡이라는 사실을 섬뜩할 정도로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는 항상 빠르지는 않지만 접착제처럼 질기고, 소주처럼 쓰디 쓰다. 현실감있는 등장인물들의 거친 말투들은 다른 작가들이 가질 수 없는 현실감이라는 걸 선사해주었다. 공포의 기본인자 중 하나는 바로 고립이다. 외부와 소통할 수 없다는 것. 갇혀있다는 축축한 느낌. 듀마 키라는 섬, 시끌벅적한 플로리다에 속해있으면서도 플로리다라고 할 수 없는 곳.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늙은 여주인과 그를 보살피는 늙은 변호사만 상주하는 섬. 신비한 식물과 이야기들로 가득찬, 모래나 조개껍질 하나조차 평범하지 않는 섬을 만들어낸 스티븐 킹은 에드거처럼 글이라는 붓으로 세상을 향해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듀마 키의 에드거에게 현실감을 불어넣은건 스티븐 킹이 직접 겪은 교통사고와 그 휴유증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불행조차 이야기속으로 쏟아버리는 이 끔찍한 작가를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