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탐정 나세라 1 - 붉은 무당방의 전설외
김진성 지음, 박정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판 김전일, 맹활약을 시작하다.

 

소년 탐정 김전일을 아십니까? 사건 해결에 골몰하느라 당사자들이 다 죽어나가든 말든 오로지 사건에만 매달리는 덕분에 친구와 동료, 그리고 우연히 스쳐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몽땅 몰살시키는 희대의 살인마입니다.

 

살고 싶으면 그의 곁에 가지 말라는 우스개소리가 차츰 커진 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공간이 되어갔다는 점입니다. 실실거리던 비아냥이 끝나면 우리는?이라는 자괴감이 엄습해옵니다. 그리고 그 자괴감을 어느 정도는 메꿔줄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미소녀 탐정 나세라는 김전일의 여성버전쯤으로 보면 편할겁니다. 그렇다고 표절같은 건 아니니까 안심을^^...다행스럽게도 주변사람들이 무차별로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더군요.

 

첫번째 사건인 영혼절벽 살인사건은 으스스한 옛 전설과 학교문제를 절묘하게 접목시켰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도중 완벽을 추구하던 모범생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습니다. 누군가 직접 떠밀지는 않았지만 유력한 용의자가 등장합니다. 사건은 벌어지고 범인이 누구인지도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것이 벌어진 과정입니다. 어떻게 살인이 벌어진 걸까요?

 

두번째 사건인 붉은 무당방의 전설 역시 첫번째 사건과 유사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무당의 혼이 깃든 방에서 목격자가 있는 가운데 저주가 실행됩니다. 몇 십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멀쩡하게 살아있던 사람이 갑자기 죽어버립니다. 목격자가 있고, 거기다 거리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살인이 벌어졌을까요?

 

항상 책에 대한 리뷰만 쓰다가 굳이 만화에까지 손을 뻗친건 본격추리를 표방했고, 캐릭터로 본격적인 승부를 볼 생각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일단 지금은 응원을 해줄 시기이니까요.

 

이것과 비슷한 만화책이요? 굳이 찍어줘야겠습니까?

 



 

네이버에 치니까 주르륵 나오는군요. 소년탐정이라고 쓰고 희대의 살인마라고 읽습니다.^^

 

이톡디

 

이 책에서 가장 톡 쏘는 한 마디

 

- 가식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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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모든 것들의 악몽, 듀마 키

 

스티븐 킹의 귀환이라는 시끌벅적한 타이틀을 달고 나타난 이 이야기는 묘하게도 그 자신과 많이 얽혀버린다. 스티븐 킹의 창작개론서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보면 그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광경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지나칠 정도의 세심함 앞에서 어쩌면 그로서는 견디기 힘든, 혹은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지나갔다.

 

듀마 키에서도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나타난다. 잘 나가던 건축업자인 에드거는 어느날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라진 건 한쪽 팔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사업, 그의 생활, 그의 가족들 모두 송두리채 사라져버렸고, 에드거는 실의와 아픔을 잊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휴양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가 선택한 곳은 듀마 키라는 섬, 고요하면서도 아늑한 곳이지만 알 수 없는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연히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게 된 에드거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스티븐 킹이 뻔뻔할 정도로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은 그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잘 알아볼 수 있게 끄집어낸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기적처럼 느껴지던 것이 사실은 끔찍한 악몽으로 가기 위한 전주곡이라는 사실을 섬뜩할 정도로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는 항상 빠르지는 않지만 접착제처럼 질기고, 소주처럼 쓰디 쓰다. 현실감있는 등장인물들의 거친 말투들은 다른 작가들이 가질 수 없는 현실감이라는 걸 선사해주었다. 공포의 기본인자 중 하나는 바로 고립이다. 외부와 소통할 수 없다는 것. 갇혀있다는 축축한 느낌. 듀마 키라는 섬, 시끌벅적한 플로리다에 속해있으면서도 플로리다라고 할 수 없는 곳.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늙은 여주인과 그를 보살피는 늙은 변호사만 상주하는 섬. 신비한 식물과 이야기들로 가득찬, 모래나 조개껍질 하나조차 평범하지 않는 섬을 만들어낸 스티븐 킹은 에드거처럼 글이라는 붓으로 세상을 향해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듀마 키의 에드거에게 현실감을 불어넣은건 스티븐 킹이 직접 겪은 교통사고와 그 휴유증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불행조차 이야기속으로 쏟아버리는 이 끔찍한 작가를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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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5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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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어디에도 없는...

 

지난번 코맥 맥카시의 로드에 관한 리뷰를 쓰면서 눈을 감고 글씨를 더듬어도 단번에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작가라고 소개한 적이 있었다.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 역시 그 범주안에 집어넣어야 하나라고 고민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죽음을 가지고 주물럭거리는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을 싫어한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온전하지 못한 형태의 죽음을 필연이나 숙명처럼 받아들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죽음 그 자체 보다는 죽음의 과정이나 완결에 더 무게를 둔다는 혐의? 때문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서도 그런 어둠은 온전히 묻어나온다. 모방범의 주인공이었던 마에하타 시게코를 전면에 내세운 낙원은 역설적인 제목만큼이나 잔잔한 소름을 안겨준다. 두려움이 깊어지면 중독이 되고, 중독이 된 두려움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닐 것이다. 전작이라고 알려진 모방범이 살육을 향한 이유없는 질주를 벌이는 범인의 소름끼치는 자의식을 보여주었다면 낙원은 완전히 반대편에 서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9년전의 일로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시게코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기이한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최근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황당한 그녀의 말에 시게코는 반신반의하면서 조사를 시작한다. 미야베 미유키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능력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심장이 조여들 것 같은 추격장면이나 사방으로 피가 튀는 총격전, 심지어는 감정의 폭발조차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서늘한 두려움을 보여준다. 오직 한 가지. 인간들의 마음만으로...시게코의 여정은 단순했다. 실마리를 찾고, 조사하고, 당사자를 찾아가서 설득하고, 또 다시 실마리를 찾고...

 

책에 나오는 광고문구대로 인간의 이면이나 현대사외의 모순과는 거리가 먼...순수한 인간의 욕망과 자의식, 애증어린 관계만으로도 거미줄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독자라는 먹잇감을 충분하게 사로잡을 정도로 말이다.

 

살인에 관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조각해내는 무수히 많은 추리소설들을 읽어보면서 들어던 의문 한가지는 "평범한 사람이 한 순간 살인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는 무엇일까?"였다. 분노? 복수? 애증? 몇 가지 답들 사이로 낙원에서 뽑아낸 것을 하나 더 추가 시켰다...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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