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문양을 나타내는 문신? 신록? 다른 나라를 멸하러 온 타국의 왕???
와~ 이서정 작가님께서 기존의 책들과는 다르게 이런 신비롭고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쓰셨다니~
책소개를 보고 부푼 기대를 가득 안고 책장을 펼졌는데..... 하핫~ 작가님~ ^^;;;;;;
정말 서문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두 주인공인 연과 하녹의 신비롭고 판타지한 설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두꺼운 책을 가득 채운 이야기는 대륙 내 왕국 간의 서사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긴 시대물이었다. 역시나 작가님. ㅎㅎㅎ
사슴같이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허울뿐인 삶을 사는 하녹.
초반의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아 인물들의 성격과 그들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보단, 사건의 진행을 놓치지 않고 스토리를 잘 따라가려고 집중해서 읽었다. 굉장히 현실적인 힘을 앞세운 권력자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그에 얽힌 어린 두 주인공의 앞날은 과연 어찌 될는지 걱정을 많이 품고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분위기에 느리게 시작되는 둘의 로맨스는 중반이 지나서야 뭔가가 시작되는 진짜 시점으로 느껴졌다.
음...... 그 큰 판타지한 대륙의 틀을 잡기 위해 초반의 많은 이야기와 각 나라의 정세가 나와서 책을 단단히 잡아주는 기틀이 되었지만,
그에 비하면 두 주인공의 로맨스로 꽉 차있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과 서사적인 내용 때문에 드라마틱한 두 남녀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보신다면 이 두꺼운 책을 완독하기엔 조금 심심하고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담담하게 서술하듯 풀어놓은 글 와중에 지루하지 않게 통통 튀는 특유의 위트 가득한 대화들도 끊임없이 있었고,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의 인물들 중 인간적으로 정이 가는 캐릭터(을음과 첨운)들도 눈에 띄었고, 사건의 흐름을 가득 품고 가는 글인 만큼 후반의 반전 또한 재미있었다.
연과 하녹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대륙의 이야기 속에 동기 간의 우애, 군신 간의 의리, 부모를 섬기는 도리를 비롯하여 가족 간의 사랑 등등 많은 인간관계가 내포되어 있었던 따뜻한 글이었다.
정말 작가님의 문체는 어쩜 이렇게 품성이 얌전한 선비 같고 담백하고 담담하고 깨끗한지... 확실히 작가님의 문체를 좋아하는 나는 손을 놓지 못하고 읽었다. 기품 있는 글을 읽으면서 같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서정 작가님의 다음 작품 또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