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지음 / 푸른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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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을 기다리며 평일을 견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의 주말은 언젠가부터 여행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국내여행이 활발해지며 한주의 회포를 주말의 여행으로 푸는 게 익숙해진 우리에게 코로나로 인한 활동 제한과 집에 콕 생활은 무기력, 우울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평일과 다름없는 주말이 반복되며 삶의 활기를 잃어가는 이 시기에 읽기 좋은 책을 발견했다

저자는 '집으로 떠나는 여행'에 대해 말한다. 여행의 묘미는 무엇보다 낯선 느낌과 거주하는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왔다는 거리감이라 생각하는 나에게 어느 장소보다 익숙한 집으로 떠나는 여행을 말하다니, 의아하면서도 이런 생각의 전환이 놀라웠고 궁금해졌다

매일 마주하는 집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 나의 공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이 책을 통해 가질 수 있다. 가장 익숙했던 공간이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은,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머무는 공간을 여행하는 공간으로 전환해서 바라보며 탐구하는 것만으로 공간에 대한 소중함이 느껴져 마음 한편이 가득 찼다

감정의 형태에 따라 집안 곳곳을 옮겨가며 여행할 수 있다. 목차만 보아도 '현관','거실','의자','침대', 같은 하나하나의 공간에 감정의 이름을 붙여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는 현관, 쓸쓸할 땐 서재로, 때론 타인이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 주방으로, 집이라는 익숙하고도 낯선 공간에게 위로받기도 하고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독립된 공간에서 고립된 느낌 없이 충만한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공간의 재미에 더해 저자의 문장력에 계속 감탄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의아할 수 있는 '집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를 저자의 표현력이 책 깊숙이 스며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노래가 아닌데 감미롭고 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별일 없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색다른 방법으로 환기하고 싶은 분들에게 꼭 한번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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