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삶의 형에 처합니다" 

죽음 후에 받는 심판이라니. "프랑스판 '신과 함께' 인가? 재밌겠다"라며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미 많은 한국 독자들이 믿고 읽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지만 나는 이 책이 저자의 첫 책이었다

저자의 스타일을 잘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희곡이라는 다소 생소한 형태로 이루어진 책인데도 읽기에 불편함이 없었고

저자의 촌철살인 멘트와 위트,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루는 것도 좋았다

재판의 결과로 형을 받으면 다시 태아로 환생한다는 뜻밖의 형벌

보통 삶을 잘 산 사람들에게 환생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는데

벌로서의 환생이라는 점이 새롭기도 하고 납득이 되면서 조금 씁쓸했다 (ㅋㅋㅋ)

이렇게 환생을 거듭해서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전생을 살았다

나도 이런 판타지적 생각을 몇 번 해보긴 했는데

항상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로 시작하게 된다는 점..ㅋㅋ

결국엔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평생 살 거처럼 우린 살아간다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았으니 벌써부터 죽음을 생각해야 해?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죽음이 그렇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을 의식하고 사는 삶의 중요성을 느꼈다

주인공은 자신을 좋은 사람이었다 말하지만

재판에선 삶을 진취적으로 살지 않은 것을 문제 삼는다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도전보단 안전함을, 그래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않는

이런 것들 말이다

전생이 존재하고 지금 처한 상황이 어렵다 해도

우리에겐 삶을 변화시킬 힘이 있다

저자는 이걸 '자유의지'라고 말하는데

자신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삶은 언제든지 다른 형태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렵고 힘들어 삶을 적극적으로 살지 않으면

잠시 편할 순 있겠지만

결국 최대의 피해자는 자신이 된다는 점

당연하지만 섬뜩한 사실이다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내 삶을 진지하게 대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야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