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말한다 - 세계를 바꾼 여성의 연설
이베트 쿠퍼 지음, 홍정인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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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호기심으로 선택한 책이었다. 글을 찾아 읽었으면 읽었지 강연이나 연설 영상을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40명의 연설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연설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 몸에 찌르르 전율이 흐르는 경험은 오랜만이다. 길지 않은 말로 사람을 북받치게 하는 게 바로 연설의 힘이 아닐까. 글로만 읽어도 이 정도인데, 영상을 직접 찾아서 보면 더 그렇다. 많은 사람 앞에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내뱉는 정돈된 말의 파급력은 정말 엄청나다. 이런 대단한 연설들을 모아둔 책이라니!

자신의 연설을 위해 참고할 만한 여성들의 훌륭한 연설을 모았다고 엮은이가 책의 시작에서 말했듯이, 청중을 설득하고, 그들 앞에서 자기주장을 펼치고 싶은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가 많다. 또한, 각자가 다루고 있는 사안들 역시 현재에도 유효한 것들이기에 그 사안들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엮은이가 각 연설문 앞에 화자와 연설의 맥락을 적절히 설명해 주고 있으므로, 연설문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연설문을 모은 책이다 보니, 역시 연설문을 발췌하는 게 가장 좋은 소개인 것 같다.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 몇 가지를 가져왔다.

"그리하여 이 짧은 말들은 그저 호소일 뿐입니다. 하지만 노예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사슬을 끊어낼 방법을 모색하는 그 순간, 자유의 시간은 가까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필요했던 것은 그저 신호탄이 될 목소리였습니다. 억압받는 여성들은 자기 자신의 성에서 이 목소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녀가 여기 있습니다. 반란과 해방을 선언하고자 그녀가 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묵중한 임무를 받아듭니다. 그녀는 그녀가 보아온 숱한 괴로움의 무거운 짐을 알고 있습니다. 그 기나긴 준비의 시간 동안 그녀가 견뎌온 그 고통들--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고통들--로 인한 무거운 짐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행동할 때가 왔습니다." (조지핀 버틀러)

→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행동하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은 부분인 것 같다.

"문화가 사람들을 만들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문화를 만듭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연설문의 맥락에 따라 동의하는 바이다. 문화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그 문화를 만드는 것 역시 사람이기에. 우리가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우리는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낮이든 밤이든, 나가는 이유가 무엇이든, 옷을 어떻게 입든 여성에게는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 우리가 지키고 존중해야 할 것은 바로 그러한 두려움 없는 자유입니다." (카비타 크리슈난)

→ 두려움 없는 자유를 가진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저는 버티는 힘이 증명된 사람을 원합니다. 대통령직을 잘 알고 이 일을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는 흑백논리로 풀 수 없고 140자 이내로 요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 손끝에 원자력 코드가 있고 국군통수권을 가진 사람은 절대 즉흥적인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비판에 예민하거나 남을 닦아세우는 사람이어서는 안됩니다. 차분하고 신중하고 정세에 정통해야 합니다." (미셸 오바마)

→ 미셸 오바마의 연설문은 읽으면서 자꾸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떠올랐다. 착잡했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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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
오경철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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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책이었다. 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이 말하는 '편집'이란 무엇인가. 사양 산업이라고 말하는 데도 내가 왜 책을 만들고 싶은지를 나보다 앞서 책을 만들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편집이 굉장히 고독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 일을 계속하는 건, 하고 싶은 건 무엇 때문일까? 저자의 답은 바로 이 책이다. 내 경우에는 아직 겪어보지 않았기에 스스로 겪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회 초년생으로서는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모르는 게 많아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모르는 게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질문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마음에 콕 박혔다. 원체 질문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아진 점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주 공감이 갔던 대목은 아무래도 자기소개서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내게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읽었지만, '희망소개서'라는 단어는 처음 들었다. 쓰는 과정은 지난하지만 결국 그 안에 든 것은 희망이라는 말. 자기소개서는 그럴듯해 보이는 글이어야 하며,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럴듯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데, 지금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이렇게 써도 되나? 이게 나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끊임없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과정 같기도 하다. 나의 희망에게도 누군가 눈길을 줄까.


나처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업계 선배가 전해주는 조언으로 다가올 것이고, 애서가라면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드는지 마음을 들추어 보는 기회가 것이다. 개인의 삶과 일에 관한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다. 책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의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를 대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드는 일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묵묵히 일해온 직업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모르는 게 많아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모르는 게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질문하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일의 세계에서도 모르는 채로 넘어간 것은 절대로 자기 것이 되지 않는다. 모쪼록 일을 하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만한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물었으면 좋겠다. 답을 얻어 반드시 자기 것으로 만들어두자. - P97

내가 생각하는 자기소개서는 그럴듯해 보이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글이다. 비록 나는 그럴듯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나를 소개하는 글만은 그럴듯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글을 쓰자면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그럴듯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밀려오는 자괴감과 괴리감을 억누르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써본다. 그럴듯한 글은 미끈한 글이다. 흠이 없는 글이다. 흠 없는 사람은 없으므로 미끈한 자기소개서는 사실 믿을 것이 못 된다. 그러나 자기소개서는 믿어달라고 쓰는 글이 아니다. 그것은 엄연히 일을 할 기회를 달라고 쓰는 글이다. 거짓은 아닐 테지만 그렇다고 모두 진실이랄 수도 없는 글. 그게 자기소개서 아닐까. - P115

살아가는 일에서 그러하듯이 책을 만들면서도 걸핏하면 헤매고 길을 잃는다. 가늠할 수 없는 인생처럼 이 일도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결국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동안 읽어온 책들과 앞으로 읽어갈 책들이다. 그 책들이야말로 편집자인 내게 변함없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편집자로서 나는 언제나 그 책들 사이에 있다. 나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직업인으로서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할 때가 많지만 이 말은 애매모호하다. 사실 나는 내가 읽은 책을 거울삼아 내가 읽을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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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백가흠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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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오랫동안 써 온 산문을 추려 네 가지의 주제로 분류하여 묶은 책이다. 일상에서 느낀 바들을 적어내려간 글인데,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보니 문장 하나하나의 표현이 심상이 그려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1부 '엄마의 택배 박스'는 부모님과 관련된 글이 모여 있다. 과거 부모님과 있었던 일화부터 나이를 먹은 뒤 다가오는 명절에 대한 단상까지. 작가의 가장 개인적인 일화이니 만큼 나와는 멀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새해 단상'을 읽으면서는 나도 저럴까... 싶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친가나 외가를 찾아가는 입장이라 거기서는 벗어나고 싶지만 엄마와 함께 보내는 연휴는 좋은 것 같다.


2부 '내 연봉은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는 작가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가인 본인이 생각하는 문학이란 무엇일까? '쌍릉을 아시나요?'에서 작가가 서동요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향이 흥미로웠다. 어렸을 적 삼국유사를 읽을 때는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던 부분이고, 이후 커서는 다시 생각해 본 적이 부끄럽지만 없었는데, 새로이 밝혀진 사실과 엮어 내비치는 작가의 바람이 좋았다. '사실이 아닌 것에 문학의 재미가 숨어 있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3부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는 작가가 도시를 거닐었던 경험을 전한다. 서울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나, 그리스와 몽골의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서울 곳곳을 묘사하는 '서울 산책'은 내가 자주 지나는 곳이 언급되니 반가움을 느꼈다. 보통 명동에서 종로, 그리고 대학로를 많이 다니는데(요즘은 합정도 종종 간다.), 날이 좋으면 천천히 걸어가는 걸 즐기기도 해서 작가와 함께 서울 이곳저곳을 걷는 느낌이었다. 도시에 대한 작가의 통찰도 돋보이는데, '현대도시의 공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자문하며 '지금은 자본이라는 유일신이 거대한 도시를 거느리고 있다'는 답을 내린다.


4 '내가, 나에게'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의 최근 관심사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고,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나의 관심사나 과거의 , 혹은 미래의 나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산문은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되새겨 보게 만드는 같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상황이나 소재와 관련된 나의 이야기가 자꾸 하고 싶어진다. 마치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이런 산문의 매력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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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존 프럼 지음 / 래빗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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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현실은 ‘진짜‘일까? ‘진짜‘가 아닌 현실이라도 가치가 있을까? 철학적인 문제를 고민하도록 만드는 SF소설. 기다리던 작가의 단행본이 드디어 출간되어 기쁘다.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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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미완성 교향곡 - 문화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만드는가
케빈 랠런드 지음, 김준홍 옮김 / 동아시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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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화적 능력은 고립된 채로 진화하지 않았으며, 인지와 행동의 핵심적인 측면들과 복잡하게 공진화하며 형성되었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종합한 책이다. 학술서와 대중서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책인 것 같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란 유전자 진화와 문화의 형성 및 발전이 상호작용하며 현재의 인간에 이르렀다는 이론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진화심리학은 유전자 진화를 중심으로 인류를 비롯한 생명체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진화사회과학에서는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되먹임'을 바탕으로 인간의 진화에 문화 역시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해당 분야에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으로서 읽는데 어렵긴 했지만, 어려운 부분은 어렵구나~ 하고 나의 무지를 인정하고 넘어갔다. 대학에서 고고학 수업에서 호미닌의 진화에 대해 배울 때 유형성숙처럼 다른 포식자들과는 다르게 물리적으로 연약한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측면이 흥미로웠는데, 신체적 능력보다는 사회적 지능을 발달시켰다는 가설이 존재하며, 문명 형성과 예술 행위가 등장한 것이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차이라는 점이 재미있었다. 물론 아주 깊게 파고 드는 수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정도만 배웠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는데 약간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인간만이 극도로 발전시킨 '문화'라는 측면을 파고들어 진화에 대해 규명해 보고자 한 연구자들이 존재했다니, 주제 자체는 나도 관심 있는 주제였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왜 인간은 문화를 형성해서 현재까지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집단생활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대단했다. 어찌 보면 문화는 과학과는 겹칠 듯 말 듯 한 분야 같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름대로 정리한 바로는, 인간의 사회적 학습 능력이 이 모든 진화의 바탕에 있다. 또한 이 사회적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모방이다. '대다수의 동물들은 특수화된 사회적 학습자다. 즉, 그들의 능력은 특정한 기능을 성취하기 위해 특정한 계통에서 진화한 특수화된 해결 방법이며,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만 사용된다. 반면 인간은 일반화된 사회적 학습자다. 즉, 우리는 분명 전략적으로 모방하지만, 그 모방이 우리의 지식에 의해 심각하게 제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135-136)

창의성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혁신 역시 효율적일 경우, 사회적 학습을 통해 개체군에 확산된다. 이러한 혁신성을 향상시키는 가장 큰 이유가 큰 두뇌에 있었기에 지능 역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이 설명에서 기억에 남는 가설은 '문화적 추동 가설'이었다. 사회적 학습이 뇌의 진화를 추동했다는 가설인데, 긴 수명으로 성장기가 길어지며 세대 간 지식 전달의 기회가 증가한 것이 효과적인 사회적 학습과 혁신에 대한 자연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이 에너지 획득 증가로 이어져 뇌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획득 증가는 곧 개체군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이므로 자연스럽게 긴 수명을 위한 선택압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긴 수명 역시 진화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여기까지 읽으면 모방과 사회적 학습, 그리고 혁신의 관계에 대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왜 그 능력을 바탕으로 이 정도의 문명을 이뤄낸 것은 인간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약간 부족하다. 저자 역시도 '우리 조상의 뛰어난 기술과 문화를 가능하게 만든 행동, 신체 형태, 환경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201)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를 수학적 모델링으로 분석한 결과, 문화적 전달의 높은 충실도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높은 충실도를 이루는 요소는 (저자에 따르면) 언어와 가르침이다. 언어는 효과적인 가르침을 위해 진화했다는 것이다. 가르침은 협력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행동 전통이 규범으로, 규범이 법규로 발전하며 구조화된 사회가 탄생했다.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한 것이 바로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다.

개인적으로는 12장 '예술' 부분이 흥미로웠다. 연기는 적응이 아니며 오히려 굴절 적응이고, 모방에 대한 선택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자연선택이 최적의 사회적 학습에 필요한 마음을 빚어내지 않았더라면 예술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364) 이때같이 언급된 것이 '거울 뉴런'인데,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나 그와 동일한 행동을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볼 때 발화되는 뇌세포라고 한다. '영화, 연극, 오페라, 컴퓨터게임이 관객의 능력, 즉 관객이 스스로 직접 활동하고 있다고 여기며, 두려움과 긴장감을 경험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입하는 능력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369)는데, 바로 거울 뉴런이 그 능력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의 모방 능력이 없다면 영화 산업뿐만 아니라 연극과 오페라도 존재하지 않을 것'(369-370)이라는 게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소설과 영화,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무대 장치나 촬영 기술 말고는 과학과 연결되는 지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런 지적이 재미있었다. 역시 모든 분야는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 어떤 이들은 '문화'를 인간과 나머지 자연계 사이에 놓인 장벽으로 규정하고 싶겠지만, 분명 인간의 문화 능력도 진화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 과학과 인문학의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그 과제는 동물 행동과 동물 인지의 오래된 뿌리로부터 어떻게 인간의 특별하고도 고유한 문화적 능력이 진화했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p.26)

🔖 인간은 마치 협력하도록 태어난 듯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동일한 것을 기대하는 듯하다. 우리의 행동은 공정함에 대한 동기와 다른 이들의 입장을 고려하고자 하는 동기에 자주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심지어 다시 만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완전히 낯선 이에게도 공정함을 지키려는 충동을 느낀다. 이러한 결론은 매우 다양한 맥락과 다양한 정도의 상호작용에서 수행된 수천 개의 실험에서 되풀이되었다. (p.37)

🔖 인간은 구시대적인 생물학적 유산에 갇히지 않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존재다. 우리의 적응력은 문화적 진화와 유전적 진화 모두에 의해 강화된다. 생물학적 적응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우리는 많은 경우 문화를 통해 대항한다. (p.304)

🔖 지식이 점점 소실되기 어려워지고 문화의 진화가 한 방향으로만 가속화되면서, 지식의 습득 과정과 소실 과정이 모두 발생하던 상황에서 습득 과정에 편중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필요한 정보만을 즉각적으로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p.337)

🔖 인간 사회를 서로 구분 짓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수천 년간 진행된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다. 현대 인간의 적응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생물학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문화를 통해 우리의 세계를 쌓아 올렸지만, 이는 문화를 위해 우리의 마음이 다듬어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p.362)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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