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아픈 여자들 - 건강 문제를 겪는 젊은 여성들은 일, 우정, 연애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어떻게 헤쳐나가나 앳(at) 시리즈 2
미셸 렌트 허슈 지음, 정은주 옮김 / 마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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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 출판사 앳(at)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시리즈 첫 번째 책이었던 『마이너 필링스』도 굉장히 좋은 평을 받은 책이었기에 『젊고 아픈 여자들』 역시 출간 소식을 안 이후부터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추가했던 책이다. 앳 시리즈는 어딘가에 국한되지 않고 교차되는 정체성들에 대해 탐구하는 시리즈이다. 나 역시도 여전히 나 자신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기에 꼭 읽어보고 싶은 시리즈이기도 했다. 비문학 책은 자꾸 상당한 시간을 내어 각을 잡고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독자 리뷰어에 당첨되는 좋은 기회가 생겨 읽게 되었다.

우리는 왜 항상 걱정해야 할까? 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일까? 언젠가의 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쿨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 역시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남이 보기에 '쿨해 보이는' 사람이기를 원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나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 걸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문제로 나만 괴로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작가와 작가가 만난 이들은 나와는 여러방면으로 다른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젊은 여성'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도 공감이 가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했다.

사실 이 책을 펼치기 전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막연하게 내가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닐까, 내가 아직 이 책을 읽기에는 많이 부족한 사람인 건 아닐까, 하고 여러 고민으로 섣불리 첫 장을 펼치지 못했다. 다행히도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잘 읽혔다.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직접 듣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위주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았다. 작가 자체의 문체가 딱딱하지 않았던 것도 한 몫을 했다.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처럼 시시각각 생명에 위협을 받는 질환을 앓고 있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나에게 이 책은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 주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가 그러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거나, 혹은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일이 생기게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평소에는 생각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부분이다.

많은 '젊고 아픈 여성들'이 겪게 되는 가장 큰 괴로움이 병으로 인해 '내 매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란 사실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나는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더 읽으면서, 그 두려움은 단지 개인의 성향으로 인해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문화는 여성에게 성적 매력이 있고 뜨겁고 매혹적이고 임신이 가능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따라서 신체적인 건강 문제를 암시하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역겨움을 유발하게 된다. (...) 우리가 학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느낄 것으로 예상하는 역겨운은 우리 자신에게서도 생겨나기 시작한다."(p.68)는 부분처럼, 그 두려움은 사회가 여성에게 학습'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현대 사회는 "건강 문제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우리는 여성들에게 그들의 삶을 어떻게 살아라 마라 하는 걸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p.306)

이 책을 읽으며 지난 달에 읽었던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 생각났다. 이 책이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위치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젊고 아픈 여자들』은 젊고, 아프고, 여성임과 동시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 더욱 초점을 맞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들을 읽고 지속적으로 관련 분야의 책들을 읽어나가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김초엽・김원영의 『사이보그가 되다』, 하미나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앳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 등... 벌써 읽고 싶은 책 목록이 한가득 찼다. 올 한 해는 이 책들과 함께 나 스스로에 대해서 깊게 탐구하고, 더 나아가 사회가 외면하는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생각을 정립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워본다.

*독자 리뷰어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우리의 문화는 여성에게 성적 매력이 있고 뜨겁고 매혹적이고 임신이 가능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따라서 신체적인 건강 문제를 암시하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역겨움을 유발하게 된다. (...) 우리가 학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느낄 것으로 예상하는 역겨운은 우리 자신에게서도 생겨나기 시작한다. - P68

건강 문제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우리는 여성들에게 그들의 삶을 어떻게 살아라 마라 하는 걸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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