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 헤는 밤
이명현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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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법칙, 이 두 가지가 자주 그리고 곰곰이 생각할수록 더더욱 새롭고 큰 존경과 경외심으로 마음을 가득 채운다.” 칸트의 말이다. 밤하늘에는 그저 달과 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밤하늘이란 새까만 도화지에는 온갖 이야기가 널려 있어, 칸트의 말처럼 바라볼수록 무한한 생각이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하루에 한 번씩 다짐하듯 밤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한 것이. 『이명현의 별 헤는 밤』의 저자 이명현 선생님께서 부모님을 기다리며 동네 골목길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왜 밤하늘을 의식하기 시작했는지 그 순간들이 궁금해졌다.

내가 처음으로 밤하늘을 의식한 때는 몇 년 전 퇴근길이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이나 고되고 외로운 하루였다. 우울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엄청 크고 따뜻한 달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위로받는 기분이 들면서, 오늘따라 달이 커 보이는 연유가 궁금했다. 당시에는 외로운 내 마음이 달을 끌어당겼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슈퍼문Super Moon’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밤 이후,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 볼 일 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은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재밋거리 없고, 오로지 별들로 가득했을 고대의 밤은 많은 사람을 이야기꾼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미처 설명할 수 없었던 우주의 탄생과 자연의 신비에 관한 답을 하늘에서 찾았다. 밤하늘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많고 많은 이야기를 어디에 풀어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신들이 밤하늘에 별들로 기록해 두었다는 상상은 지금 생각해도 참 로맨틱하다. 고단하고 퍽퍽한 하루하루를 별자리에 관한 이야기, 밤하늘에 관한 감상적인 노래와 시로 치유했던 고대인들의 유전자가 내게도 이어져 내려오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천문학과 과학에서 논하는 밤하늘, 우주도 나를 위로하기는 마찬가지다. 흔히 과학에서 말하는 우주는 이렇다. 약 50억 년 뒤 태양이 폭발하면 지구가 종말을 맞을 것이고, 몇 십억 년 뒤에는 우리 은하가 안드로메다 은하와 합쳐질 것이며, 그보다 더 뒤에는 우주 공간이 다시 쪼그라들어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결말 말이다. 나의 생각과 감각을 초월하는 우주의 규모를 생각할 때마다 지금의 고민과 역경이 우주적 관점에서는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조금 황당한 이야기지만 80세까지 장수를 누린다 해도 우주에서 바라보면 찰나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우주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일이 일어날 터이다. 캄캄해 보이기만 하는 밤하늘에 실은 무한히 많은 별과 은하가 숨어 있다. 창밖을 내다보며 매일 밤 경험하는 밤하늘은 나에게 다양한 주제의 무수한 생각거리와 감동을 내어준다. 밤하늘을 바라보면 나는 칸트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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